원·달러 환율, 반짝상승 후 하락세 전환
15~16일 G20 회의·엔화 약세가 변수
국내 증권·외환시장에서 북한 3차 핵실험 여파는 장중 출렁임 정도의 ‘미풍’에 그쳤다. 그간 북한 핵 관련 위험의 영향이 단기에 그쳤다는 ‘학습효과’ 때문이다. 외환시장이 차분히 움직이자 북한 핵이 거꾸로 최근 원화 강세로 고민하던 외환당국의 고심을 덜어줬다는 반응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향후 주식과 외환시장은 미국 중국 등 주요국의 반응에 대한 북한의 추가 대응에 따라 후폭풍 강도가 정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인 순매수 행진
코스피지수는 3차 북한 핵실험을 의심하는 소식이 최초로 알려진 낮 12시6분께 1953포인트에서 단숨에 6포인트 남짓 하락했다. 이후 정부가 북한 핵실험으로 잠정 판단한 12시30분께엔 1943까지 떨어졌으나 이후에는 오히려 낙폭을 줄였다.
기관투자가가 1610억원어치를 순매도했지만 대부분 선물과 현물의 가격차를 이용한 기계적인 매매인 ‘프로그램 차익매도’(824억원)였다. 외국인은 1350억원 순매수하며 올 들어 두 번째로 많은 순매수 규모를 기록했다.
채권시장은 외국인의 선물 매수세에 힘입어 소폭 강세로 마감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이날 연 2.71%로 직전 거래일보다 0.01%포인트 하락했다. 채권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국채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은 순매수 규모를 꾸준히 확대하며 채권시장 강세를 이끌었다. 한 유럽계 증권사 서울지점 대표는 “외국인은 북한 핵실험에 대해 ‘가끔 있어온 이벤트’라는 식으로 반응했다”고 말했다.
○엔화 약세가 변수
북한 핵실험은 과거 북한 리스크가 불거졌을 때를 떠올려보더라도 ‘단기 이슈’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2009년 5월25일 북한 2차 핵실험 이후 3일 동안 코스피지수는 0.62% 떨어졌지만 30거래일 뒤 2% 상승했다. 북한 1차 핵실험(2006년 10월9일) 때는 핵실험 이후 3거래일 동안 0.94% 상승했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과거 사례를 보면 북한 핵실험은 단기 악재에 그쳤다”며 “코스피지수가 더 떨어진다면 저점매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북한 핵실험보다는 엔화 약세와 상장사들의 1분기 실적 전망 등이 앞으로 코스피지수 흐름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월 말 미국의 부채한도 증액 협상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가 끝나면 엔화 약세의 방향성이 결정될 것”이라며 “작년 4분기 실적 시즌은 거의 끝나가기 때문에 올 1분기 실적 전망이 코스피지수 흐름을 결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외국계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의 관심은 엔화 약세가 한국 기업의 실적에 주는 영향”이라며 “엔·달러 환율은 100엔 정도까지 상승한 뒤 엔화 약세가 마무리되면 외국인의 순매수 강도가 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시장 반응도 제한적
이날 외환시장도 잠시 출렁이는 데 그쳤다. 북한 핵실험 소식으로 원·달러 환율은 반짝 상승했지만 다시 낙폭을 키웠다. 유한종 외환은행 외화자금부 팀장은 “외환시장 투자자들은 이번 핵실험을 차익실현의 기회로 삼는 모습이었다”며 “뉴스에 팔고 일단 쉬어보자는 분위기가 강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전반적인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1차 핵실험이 있던 2006년 10월9일 원·달러 환율은 15원 상승했지만 14거래일 이후에는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또한 2009년 5월 2차 핵실험 때도 3거래일간 22원 오른 후 다시 하락했다. 전 연구위원은 “3차 핵실험이 추가 도발로 이어지지 않으면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보다는 15~16일 열리는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환율전쟁’ 이슈와 관련한 엔화의 흐름에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유 팀장은 “엔저 기조가 주춤할 경우 원화는 다시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갑작스런 변수만 없다면 단기적으로 달러당 1080~1100원에서 등락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서정환/황정수 기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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