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유럽기업 M&A 이렇게 하라

입력 2013-02-15 17:52   수정 2013-02-17 16:28

이 기사는 02월13일(17:2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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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MI 성공이 관건, 노사관계로 틀어지는 사례 많아
- 주주이익 중시하는 미국과 달라…오너 기반 경영
- "가격 더 떨어져야 인수 바람직", "하반기 가격 떨어지면 기술력 있는 제조업 봐라"

“유럽은 사회주의적인 경향이 있기 때문에 노동조합의 요구가 강하고, 오너기반의 기업들이 많아 주주이익 중심의 미국 기업과는 경영스타일이 다르다."  

이재홍 UBS증권 서울지점 대표는 그동안 지켜봤던 국내기업의 유럽 기업 인수·합병(M&A) 과정에서 간과하기 쉬운 포인트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유럽 기업 인수에 앞서 ‘강성 노조’와 ‘오너 기업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UBS는 지난해 6월 국내 건설사의 첫 글로벌 기업 인수 사례인 GS건설의 세계 10위 담수플랜트업체 스페인 이니마 인수(인수규모 3440억원) 과정에서 인수자문을 맡았다.

이 대표는 국내 기업들이 유럽기업 M&A로 시너지를 창출하기위해선 △인수 후 통합 작업(PMI)에 대한 대비 △노동조합 등 조직원들의 문화적 차이 극복 △환율 리스크 대비 등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PMI와 노사관계 신경써야
이재술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대표는 유럽기업 M&A에 앞서 “유럽기업의 정서가 한국과 상당히 다른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인수 가격 이슈보다 인수후통합작업(PMI)을 어떻게 하느냐가 인수 성공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기업들이 상당수 인수만 하면 성공이라고 여기는 데, 유럽의 경우 PMI에 신경을 쓰지않으면 M&A가 실패로 끝난 사례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008년 롯데는 초콜릿 제조 기업인 벨기에 ‘길리안’인수 과정에서 한국 파견 인력을 최소화하고 현지 직원과 조직을 최대한 유지한 체 끌고가 PMI가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인수 당해 적자기업이었지만 현재는 상당한 흑자를 내고 있다. 고용과 고유 기업문화를 중시하는 유럽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해외 M&A경험이 많은 이랜드는 2011년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만다리나덕을 인수하기위해. 인수 후 시너지과 중국 영업망을 통한 마케팅 전략 등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현지 임직원에게 제시해 잡음없이 효과적으로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반대로 2008년 STX의 STX유럽(옛 아커야즈) 인수 과정에선 유럽 현지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본사 경영진과 현지 경영진간 이견이 심해 조직 통합이 어려웠다는 후문이다.

박대준 삼일회계법인 전무는 ”인수후에도 영업실적이 좋으면 상당부분의 노사문제도 잘 해결되지만 실적이 안좋으면 노조의 문제는 반드시 나타나는 게 유럽기업 M&A의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이재홍 대표는 ”한국 대기업 문화(모회사)와 현지 경영진(자회사) 간에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경영 및 영업 이슈 발생이 많다"며 “한국식 대기업 지배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현지 경영진을 어떻게 뺏기지 않고 보유하는 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주주이익 중시하는 미국기업과는 달라
일반적으로 유럽기업은 직원에 대한 고용보장이 잘 돼 있고 인수가격 조정 방식이 한국과 다르며, 소액주주에 대한 보호장치가 발달돼 있다. 이러한 차이를 극복하기위해선 좋은 사업 파트너를 만나는 것이 필요하다. 민유성 티스톤파트너스 회장은 "유럽기업을 인수하기위해선 반드시 유럽전문가를 활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오너기업이 많은 유럽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M&A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분석이다. 미국 기업처럼 수익 극대화를 경영의 최우선으로 고려하기보다 기업 오너 입장에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기업을 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재홍 대표는 ”미국은 주주의 이익을 중시하는 반면에 유럽은 오너 기업들이 그 회사가 속한 환경과 사회를 중요시 여긴다"고 말했다.

실제 2010년 한국석유공사의 영국 석유탐사기업 다나 페트롤리엄 적대적 M&A과정에서 인수자문을 맡았던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의 안성은 서울지점 대표는 “당시 기존 오너에 대한 사회적 평판이 안좋았고, 영국언론에서도 아시아 기업의 적대적M&A 추진에 대해 큰 반발이 없었다"며 "유럽과 같은 사회에서만 가능했던 딜"이었다고 소개했다.

반면 지난해 동원그룹이 추진한 세계 4위, 스페인 최대 참치캔 업체인 ‘루이스 칼보사 산즈’ 인수가 막판에 틀어진 것은 대주주이자 창립자인 루이스 칼보 가문과 동원그룹간의 소통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이밖에 유럽기업 M&A에 앞서 환율 리스크 대비도 필수다. 2007년 두산의 미국 중장비 업체 밥캣 인수 과정에선 인수 계약을 미국 달러화를 기반으로 했지만 뒤늦게 실사과정에서 유로화 자산이 발견돼 유로화로 결제하면서 일부 환차손이 불가피했던 사례도 있었다.

◆유럽진출 ‘지금' VS ’시기상조'
한국경제신문이 자본시장 정보 서비스인 마켓인사이트(www.marketinsight.kr) 출범 1주년을 맞아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향후 1~2년안 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이 진행되는 곳은 유럽일 것이란 응답이 47.22%로 가장 높았다.

그동안 해외 M&A가 가장 활발했던 아시아 국가(일본, 중국 제외) 응답률(38.89%)을 넘어선 것이다. 이번 조사는 국내외 증권사, 연기금, 회계법인, 법무법인, 사모펀드(PEF) 운용사의 대표급 6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민유성 티스톤파트너스 회장은 “그동안 한국기업들이 값싼 노동력과 풍부한 자원을 확보하기위해 동남아시아기업 M&A에 나섰다면 앞으로는 앞선 기술력을 보유한 유럽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기업의 유럽시장 진출의 시기와 방법에 대해선 의견이 제각각이다.

송태인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전무는 “가격면에서 아직 조정이 일어나지 않았다"며 ”당장은 동남아시아 기업 매물이 더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유럽 기업들이 구조조정이 일어나고 있지만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의 기업들처럼 혹독한 구조조정으로 가격이 떨어진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법무법인 광장의 이규화 대표변호사는 ”올해 하반기엔 유럽시장 M&A매물의 가격이 상당히 떨어질 것"이라며 “서비스기업보단 원천기술을 가진 제조업을 인수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전망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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