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겨울과 봄 사이

입력 2013-02-21 17:10   수정 2013-02-22 02:00

산행길에서 만난 봄이 오는 소리…인간세상에도 따뜻한 봄이 오길

유은혜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eun1002@gmail.com>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산에 간다. 등산이 대표적인 운동이자 여가 수단이 된 지도 오래이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그때그때 시간이 맞는 사람들과 어울려 산에 가는 게 바쁜 일상에 활력이 된다. 제대로 등산을 하는 건 따로 마음을 먹지 않으면 어려운 형편, 대개는 등산과 산책의 사이쯤에서 반나절 남짓 산길을 오르거나 걷는다.

지난 일요일엔 심학산에 갔다. 내가 사는 일산의 이웃 동네, 경기 파주에 있는 작은 산이다. 해발 200m가 채 안 되지만 평야 위에 솟아오른 산이라 탁 트인 시야로 한강이 한눈에 보이고, 둘레길과 등산로가 어우러져 있으니 쉬엄쉬엄 걷기에도 땀을 내기에도 좋을 듯싶었다.

봄비가 내리고 싹이 돋아난다는 우수를 하루 앞둔 날, 겨울 산을 넘어 달려오는 봄바람을 느낄까도 싶었지만 산은 아직 겨울 같았다. 제 잎을 모두 떨어뜨려 그 낙엽을 거름 삼아 뿌리를 키운다는 겨울나무들. 눈 쌓인 나뭇가지엔 아직 봄기운이 보이지 않고, 눈에 덮인 산길 곳곳은 빙판이라 아이젠 없이는 걷기 힘들었다. 아이젠을 채우고 걷다 보니 어느 순간 달라지는 길. 이번엔 얼었던 땅이 녹아 질척한 흙길이 이어졌다. 볕이 드는 양지로 방향이 바뀐 것이다. 겨우내 쌓인 눈이 녹아 그 물이 뿌리로 흘러들었기 때문일까. 언뜻언뜻 새순을 틔운 나무들도 보였다.

겨울의 모습이 남아있긴 해도 봄이 오는 걸 막을 수는 없는 법. 계절과 계절의 사이, 겨울과 봄이 공존하는 산은 밤이 깊으면 새벽이 오고,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는 게 자연의 섭리임을 말없이 보여주는 것 같았다. 군소리도 변덕도 없이 늘 변치 않는 행함이 있어 그 뜻이 반듯하다고 하던가. 유난히 추웠던 겨울 속에서 봄을 만난 것 같아 마음이 따뜻해졌다.

다음 주면 새 정부가 출범한다. 자연과 달리 인간 세상의 봄은 저절로 오지는 않는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 도무지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람들에게도 봄은 올까. 당선인의 핵심 공약이었던 경제민주화가 국정 목표에서 빠졌다는 보도에 마음이 불편하다. 매서운 바람이 등을 시리게 해도 햇빛 아래 서면 한결 나은 법이니 양지 음지 없이 골고루 따뜻한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커진다. 한겨울 삭풍에 지친 사람들에게 따뜻한 볕이 되어줄 정부, 다 함께 희망의 봄을 맞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유은혜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eun10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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