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근로자, 상여금 놓고 논란 일어날 수도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기간제근로자보호법 개정안과 파견근로자보호법 개정안은 여야가 지난해 발의한 ‘19대 국회 1호 법안’ 가운데 하나다. 이 법은 지금까지 ‘임금 그 밖의 근로조건’으로 돼 있어 모호하다는 평가를 들었던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금지의 범위를 법규로 한층 구체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개정안은 정기·명절 상여금, 성과금, 근로조건 및 복리후생비 등을 차별금지 항목으로 명시했다.
지금까지도 상여금이나 성과금 등에 대해 차별금지 단속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이미 포괄적으로 명시돼 있었기 때문에 법이 통과되기 전과 비교해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다. 다만 해당 항목이 법에 구체적으로 나열되면서 현장에서 차별을 시정하겠다는 정부당국의 의지가 강해질 여지는 있다. 이태희 고용노동부 근로개선정책관은 “산업현장의 노사가 어떤 차별이 금지되는지에 대해 좀 더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근로감독관도 현장 지도를 하기가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법 개정안 줄줄이 대기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5일 비정규직 차별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터라 이번에 통과된 법안에 대해 산업계의 관심이 크다. 박 대통령은 “같은 일을 하면서도 차별받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관병 고용부 고용차별개선과장은 “산업현장에 미칠 파급효과 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국회에 계류 중인 다른 비정규직 관련 법안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차별을 판단하기 위한 비교 대상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를 다룬 법 등이 국회에 상정돼 있다. 산업현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이들 법이 어떻게 처리되는가가 더 클 수 있다는 게 노동계의 분석이다. 노동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자동차 오른쪽 바퀴를 다는 정규직과 왼쪽 바퀴를 다는 비정규직에게 다른 임금을 주면서 ‘다른 일을 한다’는 이유로 차별이 아니라고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차별의 비교대상 설정 문제가 큰 이슈였다.
◆“산업현장 혼란 일어날 수 있다”
경영계는 ‘한 사업장에서 같거나 비슷한 업무를 하는 정규직과의 차별을 금지’한 법의 취지가 왜곡되면 산업 현장에서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일부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이 법안을 근거로 정규직과 같은 액수의 상여금, 성과금 등을 달라는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파견근로자가 이번에 통과된 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면서 정규직과 똑같은 상여금을 요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규직근로자와 파견근로자는 고용주가 다르기 때문에 완전히 같은 상여금을 줄수 없는 게 현실이다. 한 노동문제 전문가는 “사용사업주의 경영실적이 좋아 정규직에게는 성과금을 많이 줬는데 파견근로자에게는 아예 안 주는 등의 명백한 차별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정규직과 파견근로자가 반드시 똑같은 상여금을 받아야 한다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황인철 한국경영자총협회 기획본부장은 “정치권의 분위기가 기간제나 파견 근로자 등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데 제약을 두는 요건을 늘리고 있다”며 “이것이 해당 근로자들의 고용 감소를 야기하고 전체적으로 일자리를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했다.
양병훈/최진석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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