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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대 기업까지 자체 M&A팀 꾸려 인수대상 물색
- 엄격해지는 반독점·담합규제는 주의사항
- 컴플라이언스 강화해 소송비용 낭비 막아야
"올해는 아웃바운드 M&A(국내기업의 해외기업 인수·합병)의 원년이 될 것입니다. 한 해 반짝하고 말 트렌드가 아니라 한국기업이 중국과 일본 못지 않은 글로벌 M&A의 키 플레이어로 자리잡는 해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세계적인 법률회사인 폴 헤이스팅스가 올해 한국 기업의 해외 M&A가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새진 폴 헤이스팅스 파트너 변호사는 27일 서울 중구 센터원빌딩에서 열린 한국사무소 개설 기념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미 4건의 해외 M&A 및 해외투자가 진행 중이고, 새로운 M&A를 위해 문의를 받은 곳만 6건에 달한다"며 "지난 11년간 아웃바운드 M&A를 담당해왔지만 올해와 같은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10대 기업 뿐만 아니라 40~50대 기업들도 자체적으로 팀을 꾸려 규모있는 해외기업 거래를 모색하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매물로 나와 있지 않은 기업이라 하더라도 한국기업이 먼저 접근해 거래를 만들어내는 사례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해외 M&A의 대상 지역과 업종과 관련해서는 "지난 2~3년간 유럽에 집중된 타깃 기업(M&A 대상 기업)이 올해는 미국과 중국, 동남아 등지로 다양해질 것"이라며 "패션, 소비재, 자원 등에 한정됐던 업종 또한 전방위로 확대되는 추세"라고 내다봤다.
오랜 준비기간과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 자신감이 올해를 한국기업의 해외 M&A 원년으로 전망하는 근거로 제시됐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국내 30~40대 기업의 과반수 이상은 내부 M&A팀을 구성해 해외 M&A를 추진했으며 리먼 사태 후폭풍 속에도 대부분 팀을 유지하며 기회를 노려왔다.
그는 "10년 전만 해도 한국기업은 미국과 일본을 쫓는 추격자였지만 이젠 해당 산업의 리더로서 인수한 해외기업에 한국의 기업문화를 이식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다"며 "과거와 달리 기업자산과 기술 뿐 아니라 인수 후 통합(PMI) 작업의 핵심인 인력을 중시하는 문화도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해외 M&A를 준비하는 기업에는 국가마다 다른 반독점 규제제도를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김우재 변호사는 "우리나라 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자연히 M&A 거래규모도 커진 데다 전세계적으로 각종 규제도 엄격해지는 추세"라며 "해외 M&A를 시작할 때는 각국의 반독점 및 담합 규제제도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철 변호사는 "홍콩증시에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의 경우 최근 벌어진 중국기업의 분식회계 사건으로 홍콩 금융당국이 실사요건을 보다 엄격하게 규제하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홍콩거래소 역시 투자설명서를 꼼꼼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유명한 만큼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 것"이라고 조언했다.
나라마다 다른 규제에 대한 당부는 국내기업들이 진출한 국가에서 주요 소송의 타깃으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진단으로 이어졌다.
김종한 한국 대표는 "한국기업들이 유독 특허권 침해와 담합과 관련한 소송에 많이 휘말리는 것은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부)에 대한 교육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전사적인 준법감시 교육이 부족하다보니 해외 영업사원의 작은 실수가 큰 손실로 이어진다"고 안타까워했다.
초기 대응에 실패해 울며 겨자먹기로 각국 정부와 형사상 합의를 하고, 형사상의 합의가 다시 민사소송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해 막대한 합의금을 물어주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유일한 해결책은 전사적인 컴플라이언스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애써 늘린 해외 매출을 막대한 배상금으로 낭비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대 로펌 가운데 하나인 폴 헤이스팅스는 지난 20일 법무부의 설립 인가를 받아 이날 정식으로 한국 사무소를 개설했다. 삼성전자 하드디스크 사업부의 시게이트 매각과 영국 CSR 인수, 하이닉스 교환사채(CB) 발행, 현대HCN 상장, 영원무역 GDR 발행 등을 자문했다.
김종한 대표는 "5년 후 국내 법률시장이 자율화되더라도 폴 헤이스팅스는 국내기업의 아웃바운드 M&A에만 집중할 것"이라며 "국내 M&A 시장은 국내로펌이 비교우위에 있는 만큼 한국 변호사를 채용하는 등 시장을 잠식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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