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첫 ISD 재판장 신희택 교수…중재분야 위상·전문성 세계가 인정

입력 2013-02-27 17:09   수정 2013-02-28 01:59

오언스 - 베네수엘라 국유화 분쟁 중재 맡아


신희택 서울대 교수(61·법학전문대학원·사진)가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서 의장중재인을 맡게 됐다. 한국인이 이 센터에서 재판에 참여하는 것은 1967년 가입 이후 처음이다.

27일 ICSID에 따르면 신 교수는 미국계 유리병 제조업체인 오언스일리노이와 베네수엘라 정부 간의 투자자국가소송(ISD) 중재재판의 의장중재인으로 선정됐다. 신 교수는 “한국이 상사분쟁에선 중재 경험이 많지만 심각한 국가분쟁인 ICSID 재판에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가 맡은 소송은 2010년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오언스일리노이가 대주주로 참여한 현지 공장 2곳을 국유화하면서 불거졌다. 이에 오언스일리노이 측은 네덜란드 자회사를 통해 네덜란드-베네수엘라 간 투자보호협정(BIT)을 근거로 지난해 8월 소송을 제기했다. 양쪽은 각각 프랑스(정부)와 캐나다(투자자) 출신 중재인을 선정했다. 하지만 최종 판정을 내릴 의장 선정에는 합의에 실패하자 센터의 사무총장이 직접 신 교수를 지명한 것이다.

예일대에서 국제투자법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신 교수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26년간 변호사로 활동한 뒤 2007년 10월부터 서울대에서 국제투자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이 센터에 중재인 후보로 등록된 한국인은 신 교수를 비롯해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윤병철 정영진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의 김갑유 변호사 등 4명이다.

김 변호사는 “중재 분야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 결과이며 한국인이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의장중재인이 되려면 관련 경험과 학식은 물론 나이도 60대는 돼야 하는데 그동안 한국에는 적임자가 없었다.

ICSID는 론스타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중재를 신청한 뒤로 관심의 대상이 됐다. 외환은행의 대주주였던 론스타는 지난해 11월 우리나라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을 늦게 승인하는 등 한·벨기에 투자보장협정을 위반했다며 ICSID에 국제중재를 신청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브리짓 스턴 프랑스 파리1대학 명예교수(71)를, 론스타는 미국계 법률가인 찰스 브라우어(77)를 각각 중재인으로 선정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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