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총리에 힘 실어주고 국정과제 특성 따른 역할분담…본인 리더십·의지·노력도 중요
국무총리가 임명된 지 1주일이 지났다. 정부조직법 개정은 아직 성사되지 않았고 장관도 임명되지 못했다. 총리가 차관회의에 참석하는 등 정부를 다잡으려 애를 쓰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일 뿐이다. 차관들도 곧 인사 대상이 될 텐데, 장관 없는 총리의 고군분투가 안쓰럽다. 불현듯 꺼진 불 다시 타듯 ‘책임총리제’ 얘기가 떠오른다.
사퇴한 김용준 총리 후보자의 경우도 그랬지만 정홍원 총리가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한 책임총리의 소임을 다하리라는 전망은 희박하다. 책임총리란 ‘대통령을 정확하고 바르게 보필하는 총리’라고 답한 정 총리의 인식은 소신과 책임으로 내각 중심 국정을 이끌어 나가는 책임총리의 그것과는 거리가 있다. 총리의 역할을 ‘대통령을 보좌’하고,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하는 것으로 설정한 헌법 규정, 그리고 각료 임명 제청권과 해임건의권을 제대로 행사하겠다는 의지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반신반의, 오히려 회의적 의견이 훨씬 우세했다. 무엇보다도 2인자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용인술로 미루어 볼 때 과연 실세총리가 설 자리가 있겠느냐는 의문이 가장 강한 것 같다. 책임총리 구현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은 그동안 경험으로 충분히 증명됐다. 비교적 책임총리에 근접했던 이회창, 고건, 이해찬 전 총리의 경우 항상 관건은 대통령이 쥐고 있었다.
사실 책임총리의 ‘책임’이 지닌 뜻은 다의적이다. 박 대통령 공약대로 소신 있게 내각을 이끈다는 뜻도 있지만 국정실패 시 책임을 떠맡을 속죄양 노릇, 다시 말해 제왕적 대통령을 위한 안전·완충장치 역할을 한다는 의미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의전총리’나 ‘대독총리’, ‘방탄총리’란 말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 것도 바로 그런 맥락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초대 총리 역시 두 가지 의미 사이 그 어느 언저리에 자리 잡게 될 텐데 진정한 의미의 책임총리가 되려면 몇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그 첫째 조건은 대통령이 총리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empowerment)이다. 하지만 가능할까. 임명권자인 대통령보다 더 나아 보이는 ‘만인지상 일인지하’의 2인자가 등장하는 것을 용납할 수 있을까. 역설적이지만 대권후보로 부상할 정치적 잠재력을 갖춘 인물을 기용할 경우 오히려 책임총리제 구현이 더 어려울 수도 있다는 얘기도 성립한다. 아울러 청와대 인사위원회의 위원장을 비서실장이 맡도록 함으로써 자칫 총리의 국무위원 인사관여권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유의할 부분이다. 우려를 불식하려면 대통령 자신이 정말 세심하게 지속적으로 관료조직에 책임총리의 위상과 역할을 존중한다는 시그널을 보내야 하고 또 그런 기대에 걸맞은 행동을 통해 의지를 보여 주어야 한다. 그러나 과연 그렇게 할 결심과 용의가 있을까.
반면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역할 분담이라는 측면에서 책임총리제가 나름대로 효용을 가질 수도 있다. 가령 총리에게 그 헌법적 위상과 소임에 맞게 범정부·범부처적 특성을 지닌 국정과제를 맡기되, 대통령은 외교 안보 등 국가 안위를 확보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여 경제도약을 주도하는 등 미래형성적 역할에 집중하는 것도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는 역할 분담일 것이다.
물론 총리 본인의 리더십, 의지와 노력도 중요한 조건이다. 대통령이 겸손한 인물을 선호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총리의 인격 못지않게 그 역할이 헌법이 부여한 객관적 직분이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겸손한 총리는 박수는 받겠지만 자신을 너무 낮춰 알아서 엎드리는 자세여서는 곤란하다. 물론 대통령 자신이 심각한 과오가 없는 한 총리의 재임을 최대한 보장해 줄 필요가 있다. 그러나 총리 본인도 윗사람 눈치 보지 않고 소신껏 후회 없이 일하겠다는 결연한 자세가 필요하다.
이 모든 조건이 잘 충족될 수 있을까. 회의적 시각이 지배적인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새 대통령이 책임총리제의 효용을 살린다는 측면에서, 그리고 언약을 지킨다는 의지를 보이기 위해 책임총리를 어떻게 구현할지 진지하게 생각해 주기 바란다. 내야진의 손발이 맞지 않을 경우 고작 계투작전이나 세우기보다는 책임총리의 리더십으로 내각이 팀워크를 갖추도록 지속적으로 뒷받침하는 감독의 구상이 필요한 시점이다.
홍준형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joonh@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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