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칫집 재정부'…차관 2명 나란히 입각

입력 2013-03-03 17:30   수정 2013-03-04 03:17

인사이드 Story

부총리 이어 금융위원장, 국무조정실장까지 차지
고려대 출신 한명도 없어…공정위원장에 '마지막 기대'




기획재정부가 잔칫집 분위기다. 지난 2일 청와대가 기습 발표한 장관급 인사에서 신제윤 1차관이 금융위원장으로, 김동연 2차관이 국무총리실장으로 내정되면서 나란히 승진한 것이다. 재정부 국장급 간부는 “두 명의 차관이 일시에 장관자리에 발탁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기뻐했다.

○재정부 출신, 국정 전반에 포진

이번 인사로 재정부는 청와대와 총리실, 금융위원회 등 경제정책은 물론 국정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핵심포스트를 차지하게 됐다.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강만수 재정부 장관을 제외하고는 단 한 명도 청와대와 경제부처에 장관급을 내보내지 못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당시 김중수 청와대 경제수석을 비롯 전광우 금융위원장,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에 이르기까지 초기 경제팀 대부분이 외부에서 수혈됐다. 재정부 관계자는 “당시 부처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것은 물론 경제팀 팀워크도 제대로 발휘되지 않아 글로벌 금융위기를 수습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정부 들어서는 현오석 경제부총리를 비롯 조원동 경제수석까지 재정부 출신 경제관료들이 발탁된 데다 금융위원장까지 맡아 확실한 주도권을 갖게 됐다는 평가다.

노무현 정부 출범 당시 경제부총리, 청와대 정책수석, 금융감독위원장, 국무조정실장 등 공정거래위원장을 제외하고는 경제부처의 요직을 장악했던 위상을 다시 회복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김 차관이 총리실장으로 발탁된 데 이어 청와대 국정기획비서관에 홍남기 정책조정국장까지 내보내면서 전 부처 정책을 총괄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특히 홍 국장은 지난해 김 차관 밑에서 정책조정국장을 맡아 다른 부처의 정책조정을 직접 맡기도 했다.

재정부의 또 다른 간부도 “박근혜 정부 들어 장관 직급이 경제부총리로 격상된 데 이어 첫 조각에서 두 명의 장관을 배출, 선임 부처로서의 위상을 확실히 다졌다”고 말했다.

○고대 출신은 ‘전멸위기’

이번 인사로 박근혜 정부의 장관급 인사가 거의 마무리되면서 학교별 명암도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특히 지난 정부 약진했던 고려대는 류길재 통일부 장관 후보자 단 한 명만 배출하면서 사실상 전멸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MB정부 출범 당시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출신)’ 내각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라는 것이다. 당시 조각 명단에 김성호 국가정보원장,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등 장관급만 3명을 배출한 데 이어 각 부처의 차관급 및 주요 요직을 고대 출신이 휩쓸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마지막 남은 장관급 자리인 공정거래위원장에 실낱 같은 희망을 걸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장관급 자리에서 밀려났다.

반면 성균관대는 정홍원 국무총리를 필두로 유민봉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등 내각 및 청와대 인선에서 6명의 장관급을 배출, 고려대와 대조를 이뤘다. 서울대 출신도 이명박 정부의 11명에서 23명으로 대폭 늘어나면서 명성을 회복했다.

상고 출신의 비주류를 발탁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긴 주형환 재정부 차관보는 김 내정자의 덕수상고 5년 후배다. 두 사람 모두 학연과 지연에 얽히거나 정형화된 엘리트 코스를 밟는 대신 현장에서 몸을 부딪히면서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왔다는 점을 인사권자가 눈여겨본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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