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당신을위한…' 400억 빠져
자금유출 많아 수익률도 부진
코스피지수가 2000 선에 안착할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주식형펀드가 또다시 환매 몸살을 앓고 있다. 설정액이 1조원 이상인 대형펀드와 지난해 성과가 좋았던 펀드에서 환매가 두드러지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2000 언저리에서 박스권에 갇히자 장기 투자자 위주로 차익 실현 매물을 내놓고 있어서다.
◆지수 올라도 투신권은 매도 행진
올 들어 자산운용사의 주식 순매도 행진은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자산운용사들은 올해 들어 4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1조532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난달 20일 이후 8거래일 연속 순매도 중이다.
자산운용사가 매물을 내놓고 있는 것은 주식형펀드 환매가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국내 주식형펀드에서는 1조4948억원이 환매됐다. 지난 1년간 환매액(3조6031억원)의 3분의 1을 넘는다.
작년 한 해 동안 환매가 가장 많았던 펀드는 해외 주식형이다. 4조4574억원이 빠졌다.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해외 주식형에서는 5702억원이 유출됐다. 국내 주식형펀드보다 훨씬 적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주식형펀드 환매액이 많아진 것은 코스피지수가 2000에 올라선 채 박스권에서 맴돌면서 어느 정도 손실을 만회한 장기 투자자들이 앞다퉈 환매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금 유출 상위 펀드, 올 들어 성과 부진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13년 자금유출(2월28일 기준)이 가장 많았던 국내 주식형펀드는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2’이다. 연초 이후 1052억원이 환매됐다. ‘알리안츠기업가치향상장기자’(990억원), ‘KB한국대표그룹주자’(927억원)도 1000억원에 육박하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환매가 많았던 국내 주식형펀드 상위 20개 펀드 가운데 11개 펀드가 국내 주식형펀드 평균(0.23%)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낼 정도로 부진하다. 이들 중 9개는 지난해 수익률이 상위 20% 안에 들었다.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2’(14.94%), ‘KB밸류포커스자’(13.74%) ’삼성당신을위한코리아대표그룹1’(10.67%)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연초 이후 수익률로는 단 5개만 상위 20%에 포함됐다.
‘삼성당신을위한코리아대표그룹1’은 지난해 10.67%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874억원을 끌어들였던 펀드다. 하지만 올 들어 410억원 순유출로 전환했다. 연초 이후 수익률도 -1.16%로 부진한 편이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편입 비중이 높은 자동차 관련 주식이 부진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낮다”며 “기관들이 차익을 실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형펀드 위주로 자금 유출이 두드러지다 보니 관련 펀드 투자자들은 수익률에 악영향을 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대형 펀드는 자금 유입 속도가 빨라 주가가 오를 때 수익률도 빠르게 반등한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삼성당신을위한코리아대표그룹1’도 지난해 초 시장을 밑도는 수익률로 부진했지만 연말에는 결국 빠르게 회복해 선전했던 펀드”라고 말했다. 좀 더 호흡을 길게 가질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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