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잣집 아들과 시골 청년…황당무계한 뇌 교환 소동

입력 2013-03-05 16:51   수정 2013-03-06 02:11

Review - 연극 '두뇌수술'

L자형 실험 무대 눈길…희곡 결점 연출로 보완



공연시간이 임박했는데도 극장 문은 열리지 않는다. 기다리는 관객 사이로 누가 봐도 배우 같은 배불뚝이와 혹부리, 다리가 불편한 환자들이 서성거린다. 공연 시간이 되자 출입구에 간호사 두 명과 함께 등장한 병원 사무장 차림의 배우가 외친다. “원장 선생님이 세계 의학계를 놀라게 할 두뇌 교환 수술을 하기 때문에 당분간 외래환자를 못 받으니 그냥 돌아가시라.” 진료받기 위해 산 넘고 물 건너 왔다는 환자들이 그냥 돌아갈 리 없다. 다리 불편한 환자의 손짓을 따라 관객들도 얼떨결에 소독약 냄새가 풍기는 극장 안으로 들어간다.

대학로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에서 공연 중인 연극 ‘두뇌수술’(사진)은 이렇게 시작한다. 관객들은 졸지에 외래환자가 돼 ‘1945년 해방 직후 경성의 한 외과의원’으로 들어간다. 극장 안도 예사롭지 않다. 객석이 따로 없다. ‘L’자 형태의 공연장 전체가 병원이자 무대다. 관객은 복도 양옆에 놓인 대합실 의자 같은 곳에 앉아 무대 일부를 이룬다. 푸르스름한 조명이 다소 음산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공상과학 드라마 공간으로 들어온 듯한 느낌이다.

원작은 1945년 작가 진우촌이 발표한 희곡이다. 천재 외과전문의 오 박사가 지능이 모자란 부잣집 아들 상도와 가난하지만 총명한 시골 청년 무길의 대뇌를 맞바꾼 수술이 이뤄진 후 벌어지는 한바탕 소동을 그린다. 수술 결과는 상도 부모의 기대를 빗나간다. 상도의 얼굴과 몸을 가진 무길은 상도의 부모를 외면하고 극심한 정체성 혼란을 겪는다. 바보가 된 무길은 결국 죽고 그의 애인 인순은 실성해 버린다.

당시로써는 공상과학적인 소재를 활용해 친일 청산의 문제를 빗댄 흥미로인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제작진이 프로그램 책자에서 밝힌 것처럼 희곡 자체는 엉성하고 결함투성이다. 갈등 구조가 어설프고, 어떻게 끝낼지 갈팡질팡하다가 설교 투의 교훈적인 결말로 봉합해 버린다.

연극은 이런 희곡의 결함을 과장된 분장과 당시의 어투, 화술로 대사 하나하나까지 그대로 살리며 고스란히 드러낸다. 물론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틀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연출과 ‘B급 영화’적인 요소와 장치들을 동원해 실험적이고 도전정신이 충만한 희극으로 재탄생시켰다.

극 중 기자가 극중극 형식으로 보여주는 3막은 엽기적이다. 음성을 더빙해 입만 벙긋하는 흑백영화와 과장된 B급 액션 영화를 섞어놓은 듯한 배우들의 퍼포먼스로 진행된다. 인순은 난데없이 쌍권총을 난사하고 무길은 슈퍼맨 모습으로 등장한다. 노라조의 ‘슈퍼맨’에 맞춰 극 중 기자는 변사 투로 “강인한 몸과 정신으로 태어난 무길이 슈퍼맨이 돼 태평양을 건너 미국까지 날아가리라”고 외친다. 참으로 엉뚱한 결말이지만 이 모든 게 절묘하게 어우러져 한 편의 현대적인 굿판을 완성한다.

개그콘서트 같은 코미디와 고만고만한 감동을 주는 뮤지컬이 점령한 대학로에 숨통을 틔워줄 만한 작품이다. 지난해 대한민국연극대상에서 작품상을 받았다. 공연은 오는 17일까지, 관람료는 2만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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