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약회사 10개중 9개는 과잉이라는 保社硏 보고서

입력 2013-03-05 16:54   수정 2013-03-05 21:25

보건사회연구원이 ‘국내 제약업체 10곳 중 9곳은 과잉이요 난립’이라고 분석한 것은 경쟁력을 상실한 국내 제약업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상위기업 매출 집중도 지표에 근거할 때 한국시장에 적정한 제약업체 수는 63개사이지만, 이보다 9배나 많은 550개사가 이전투구의 영업을 영업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신용평가사에 자료를 제출한 301개 회사 중 하위 30%는 시장점유율 합계가 1%도 안 되는 등 구멍가게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영세 제약업체의 난립은 자초한 면이 크다. 지난 수십년간 제약업체들이 손쉬운 복제약 위주의 생산체제에다 리베이트에 의존하는 영업 관행을 유지해왔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물질특허가 도입된 지난 26년간 국내에서 개발돼 허가받은 순수 신약은 20건이 안된다. 글로벌 톱 50개 제약회사 명단에 한국기업은 하나도 없다. 국내 제약업계 1위인 동아제약의 지난해 매출(9309억원) 규모가 미국 화이자의 66분의 1에 불과하다는 것은 실로 부끄러운 현실이다.

제약업계의 안일한 경영만큼 심각한 것은 규제 일변도인 정부정책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후려치는 약값으로 기업의 이익은 줄어들고 이는 투자여력의 상실로 나타나고 있다. 2011년 기준으로 국내 매출순위 12개 회사의 연구·개발비를 다 합쳐도 화이자 한 회사의 8분의 1에 못 미치는 이유도 다르지 않다. 정부는 50여개의 혁신형 제약기업을 선정해 작년부터 금융 및 세제혜택을 주는 등 육성정책을 펴고는 있다. 그러나 신약 개발을 촉진할 R&D 지원 등 본질적인 대책과는 거리가 멀다.

제약은 의료와 함께 고령화 사회의 핵심 성장산업이다. 그러나 하향평준 지향의 사회주의적 산업 생태계로는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 박카스 같은 사실상의 기능성 음료가 더이상 한국 제약회사의 대표상품이 돼서도 곤란하다. 특허가 끝난 외국의 약을 복제해 건강보험에서 돈을 빼먹는 데 만족하는 제약회사들이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는 없다.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국내 제약업체의 수를 줄이고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보사연의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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