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우리나라 국채를 사들이는 외국 중앙은행을 상대로 ‘커스터디’ 서비스에 나선다. 글로벌 양적완화 이후 국내로 밀려드는 해외 자금의 유출입 동향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아울러 중앙은행 간 국제 공조를 강화함으로써 외환시장의 변동성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도 하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7일 “올 상반기 중 커스터디 서비스를 위한 법률 자문과 인프라 구축 작업을 완료한 뒤 하반기부터 해외 중앙은행들에 국채 보관·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수수료는 서비스에 필요한 최소한의 금액만 받기로 했다.
현재 외국 중앙은행들은 한국 채권을 사고팔 때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씨티은행, HSBC 등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한은은 이들 상업은행보다 낮은 수수료를 책정할 계획이다.
한은이 이 서비스를 하기로 결정한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고 안전자산으로 여겨져온 한국 국채에 대한 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해외 자금 유·출입을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2008년 말 20조원대였던 외국인들의 국채 투자 잔액은 지난달 말 59조7000억원대로 급증했다.
특히 해외 중앙은행과 국부펀드의 채권 매입은 2008년 말 2조4000억원에서 지난 1월 말 31조4000억원으로 무려 13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단기간에 몰려든 해외 자금이 일시에 빠져 나갈 경우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한은은 커스터디 서비스를 통해 국채시장의 ‘큰손’인 외국 중앙은행들과 공조 강화는 물론 해외 자금의 장단기 동향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 국채를 매입하고 있는 외국 중앙은행은 2007년 중국 태국 대만 등 3개국에서 지난해 말 스위스 싱가포르 노르웨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칠레 등 11개국으로 늘어났다.
한은 관계자는 “국내 금융시장에 자본 이동의 쏠림 현상이 심해질 경우 이들 국가의 중앙은행에 보다 수월하게 협조를 요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일본 영국 독일 등의 중앙은행은 이미 자국에 투자하는 외국 중앙은행들을 상대로 커스터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은도 이들 나라의 국채를 거래할 때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 커스터디
custody. 해외 투자자들이 자국 채권이나 주식을 거래할 때 금융자산을 대신 보관·관리해주는 서비스. 채권·증권 보관과 양도, 이자와 배당금 수수, 세금 처리 등을 대행한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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