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30% 4만원·하위 70% 20만원 격차 커져
예금 등 자식명의로 은닉…재산 확인 쉽지않아
서울에 사는 A씨(70)는 작년 초 기초노령연금을 신청했다. 당시 재산은 공시가격 1억9200만원짜리 아파트와 1억원가량의 예금. 월 소득은 국민연금 15만원이었다. A씨는 연금 신청에 앞서 예금을 아들과 손자 명의로 옮겨 놓았다. 그렇게 해서 월 9만4000원의 연금을 몇 달간 받았다. 하지만 그해 9월 예금을 다시 자신 명의로 돌려놓은 것이 ‘화근’(?)이 됐다. 지난해 말 실시된 연금 수급자 일제 재산조사에서 예금이 드러난 것. A씨는 최근 정부로부터 지난해 받은 부당이득금을 반환하라는 통지서를 받았다.
○재산 의도적 축소 급증
A씨처럼 연금을 타기 위해 재산과 소득을 고의로 줄이는 사람이 늘고 있어 정부가 긴장하고 있다. 가뜩이나 복지재정이 빠듯한 상황에서 자격이 없는 사람이 연금을 받을 경우 복지제도 전반의 신뢰성과 형평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작 혜택이 필요한 사람에게 돌아갈 재원을 중간에 가로챈다는 측면에선 심각한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이기도 하다.
복지 전문가들은 지난해 기초노령연금 부정 수급자가 5만명에 육박했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현행 복지전달체계를 전면적으로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특히 전체 부정 수급자 중 의도적으로 재산과 소득을 축소한 사람이 2만3000명에 달한다는 점은 정부 전산망에 걸려들지 않는 잠재적 부정 수급자가 엄청나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연급 수급자를 대상으로 6개월에 한 번씩 부동산 변동을 조사하고, 1년에 한 번 금융재산을 조사해 자격 여부를 심사하지만 명목 재산이나 소득만으로 실제 소득 하위 70%를 가려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자식 명의로 옮겼던 예금을 자신 앞으로 돌려놓았다가 걸린 A씨가 대표적 사례다. A씨의 1억9200만원짜리 집을 월 소득인정액으로 환산하면 35만원. 국민연금을 합치면 전체 월소득은 50만원이다.
지난해 소득하위 70% 기준은 2인가구는 월 124만8000원, 1인가구는 78만원이었다. 1인 가구 A씨의 경우 예금이 없으면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되는 만큼 예금을 숨겨야겠다는 의도를 갖게 된 것이다.
○“재산 3년치 변동 내역 보겠다”
내년 7월 행복연금(기초연금)이 도입되면 수급 대상자와 지급액이 더 많아져 재산 소득 은닉 방식이 더 교묘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미 노인들 사이에선 정부를 속이려면 어떻게 재산과 소득을 신고해야 하는지에 대한 얘기가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아예 은행창구를 통해 노골적으로 ‘자문’하는 경우도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지난 대통령선거를 전후해 기초연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부 중산층 노인들까지 재산을 숨기는 방식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기초연금 구조도 모럴해저드를 부채질할 공산이 크다. 기초연금은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소득 하위 70%는 20만원을 받고, 상위 30%는 4만원을 받도록 설계된다. 이에 따라 소득 하위 70% 기준선 근처에 있는 사람들은 재산을 타인 명의로 돌려놓고 연금을 받는 불법 수령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비슷한 재산을 갖고 있는 사람이 20만원을 받는데 본인은 4만원밖에 받지 못할 경우 상대적 박탈감이 클 수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이에 따라 내년 기초연금 도입 시 수급 대상자의 3년치 재산 변동 내역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연금 신청 시점을 기준으로 3년 이내에 재산을 자녀 등의 명의로 돌려놓았을 때 이를 본인 재산으로 간주하고 소득 계산 때 포함시키기로 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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