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서 '소극장 운동' 벌인 고학찬 관장, 국내 최대 예술의전당 사령탑 되다

입력 2013-03-14 17:13   수정 2013-03-15 05:18

2007년부터 朴대통령 '문화 멘토'


‘부자 동네’ 강남에서 소극장 운동을 꾸준히 벌여온 고학찬 윤당아트홀 관장(66)이 국내 대표 공연장인 예술의전당 사장 자리에 올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4일 모철민 전 사장이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으로 자리를 옮겨 공석이 된 예술의전당 사장에 고 관장을 임명했다. 임기는 3년.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문화예술분야 공공기관장 인사로는 처음이다.

고 관장은 제주 출신으로 동양방송(TBC) 프로듀서와 제일기획 Q채널 국장, 삼성영상사업단 방송본부 총괄국장 등을 지냈다. 극단 ‘신협’에서 활동하는 등 작가, 연극연출가로도 이름을 알렸다. 서울예술대와 추계예술대 겸임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2009년부터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윤당아트홀’을 운영하며 소극장 운동을 벌여왔다. 대부분 소극장이 대학로에 몰려있던 상황에서 과감하게 강남 한복판에 소극장을 만들었다. 2개의 극장과 갤러리를 결합한 복합문화공간을 만들어 ‘오아시스세탁소 습격사건’ 등 다양한 연극작품을 소개했다.

그는 예술의전당 사장 임명 소식에 “이른바 ‘부자 동네’에서 소극장 운동을 벌이며 다양한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려 노력한 점이 좋게 평가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예술의전당은 국내뿐만 아니라 아시아 지역 전체의 문화예술 메카로 자리매김해야 할 때입니다. 질 좋은 공연을 함께 제작하고 나눔으로써 자연스러운 문화 교류를 이루고 해외 예술 애호가들도 예술의전당을 더 많이 찾도록 해야죠. 예술의전당이 갖고 있는 색깔과 위상을 잘 고려해 향후 계획을 짜겠습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과 2007년 대선 경선 때 인연을 맺은 이후 문화예술분야 ‘멘토’ 역할을 해왔다. 박 대통령의 싱크탱크 역할을 했던 국가미래연구원에서 문화예술분야 간사를 맡았고, 이번 대선 때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이와 관련, 방선규 문화부 문화예술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치활동이 아닌 문화예술 분야 자문에 응한 정도로 머물렀기 때문에 정치적 색채를 지닌 인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극장과 문화예술 기업 운영 경험을 중시했고 민간의 활력을 예술의전당에 불어넣어 시민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생각에서 발탁한 것”이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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