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시연금 등 과도한 집중탓
생명보험회사들의 방카슈랑스(은행 창구에서 보험 상품 판매) 의존도가 작년에 처음으로 70%를 돌파했다.
18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작년 4~12월 전체 생보사들이 은행을 통해 거둔 초회 보험료는 13조8878억원으로, 총보험료(18조8236억원)의 73.8%에 달했다. 생보사들의 방카슈랑스 의존율은 2009년 57.0%에서 2010년 67.7%, 2011년 68.0% 등으로 꾸준히 상승해 왔다.
특히 은행계 생보사들의 방카슈랑스 비중은 평균 90% 안팎에 달했다. 기업은행 계열인 IBK연금이 97.6%로 가장 높고, KB생명(95.8%) 농협생명(89.9%) 우리아비바생명(88.1%) KDB생명(75.5%) 신한생명(75.4%) 하나HSBC생명(73.0%) 등의 순이다. 반면 푸르덴셜생명(0%)과 라이나생명(1.2%) ING생명(6.1%) 등 외국계 생보사들은 은행 의존도가 낮았다.
작년 3월 출범한 농협생명의 경우 한 해 동안 농협은행 등을 통해 총 3조2025억원의 초회 보험료를 거뒀다. 이는 자산 규모 1위인 삼성생명(3조1647억원)마저 제친 실적이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 즉시연금 가입 열풍이 불자 은행들이 수수료 수입을 늘리려고 즉시연금 판매 경쟁에 뛰어들었다”며 “설계사 조직이 약한 보험사들에서 은행을 통한 즉시연금 가입액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처럼 보험사들의 은행 의존도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은행권이 최근 방카슈랑스 판매 품목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부에 전달해 주목된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은행에선 저축성 보험만 판매하도록 제한하고 있는데 자동차보험과 같은 보장성 보험으로까지 확대해야 소비자 편익이 강화된다”며 “당국도 이 사안을 신중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방카슈랑스 확대가 보험료 인하엔 도움이 되지만 결과적으로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해칠 우려도 있다”며 “금융연구원 등의 연구용역을 거쳐 면밀하게 검토한 뒤 확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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