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인망식 채용' 눈치보여
SW·소재 등 개발인력 부족…해외인재 찾아가 채용설명회
핵심인재 9만명 부족
ICT 등 9대 유망 미래산업 인재 경쟁력 선진국의 55%
“우리 같은 대기업도 어려운데 다른 기업들은 어떻겠습니까?”
임성일 LG전자 인사(HR)담당 상무는 “지난해 이공계 인력 2200명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이공계 인력이 턱없이 부족함을 절감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때문에 LG전자는 해외 원정 채용설명회를 여는 등 지난해 치열한 인재 유치전을 벌였다. 임 상무는 “올해는 3000여명을 채용해야 하는데 스마트 TV 및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 소재 및 부품 개발 분야의 인력들이 특히 부족하다”며 “이를 채우기 위해 북미, 일본 등 해외시장에서 경력사원, 유학생을 채용하거나 우수인재 확보 차원에서 지난해부터 산학협력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도 핵심 연구인력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이공계 기피현상 탓으로 국내에서 필요한 인력을 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기업들도 해외로 눈을 돌려 인재를 끌어오는 실정이다.
○국내에 인재 모자라 해외서 찾는다
삼성전자의 상황도 LG전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 이공계 전공자 수가 부족한 데다 채용규모도 커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회사의 인사담당 고위 관계자는 “한 해에 이공계를 전공한 4년제 대학 졸업생이 10만5000여명인데 이들 중 전자공학과 전공으로 졸업하는 인력은 2만명이 안 된다”며 “삼성이 한 해에 2만여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하고 이 가운데 80%를 이공계 출신 중에서 뽑는데 원하는 인력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 해에 졸업한 학생들을 ‘저인망 어선’처럼 모두 뽑는 것도 중소기업들 눈치가 보인다고 이 관계자는 털어놨다. 중소기업들이 인재를 뽑고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 데 차질을 빚으면 그 화살이 대기업으로 돌아오는 탓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때문에 신입사원 외에 해외에서 경력사원을 다양하게 채용하고 있다”며 “소프트웨어 관련 연구인력을 더 채용하고 싶은데 인력이 모자라 아예 해외에서 뽑는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1월 실리콘밸리에 연구·개발(R&D) 연구소를 짓기로 결정한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현대자동차의 전장기술 및 핵심부품을 연구·개발하는 현대모비스는 2011년부터 화상면접으로 해외에서 공부하고 있는 이공계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지난해 이 같은 방식으로 석·박사급 고급인력 10명을 새로 뽑았다.
황태순 현대모비스 홍보부장은 “올해 초 경기 용인시 마북연구소에 전자시험동을 기존 1개동에서 2개동으로 확충했다”며 “인력 충원이 필요해 화상면접을 통해 박사급 인력을 채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로까지 채용문을 넓혀도 소프트웨어 연구인력은 여전히 부족해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대학뿐만 아니라 회사 내에서도 이공계 기피현상이 존재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공계 인력을 뽑아놨더니 마케팅이나 경영업무를 하겠다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제조업이 핵심인 자동차 회사임에도 마케팅, 경영으로 눈을 돌리는 이공계 인력들을 볼 때 안타깝다”고 귀띔했다.
○충분한 보상과 비전 있어야
대기업 인사담당자들은 한목소리로 우리 사회의 이공계 기피현상이 기업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R&D 능력을 확충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승권 LG전자 사장은 “우수 인재의 이공계 기피 현상도 한 원인이겠지만 석·박사급 고급 인재가 기업체를 기피하는 것도 주된 원인”이라며 “박사급 연구인력 중 기업에 근무하는 비중이 20%에도 못 미친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과학기술 핵심인재 10만 양병을 위한 제언’ 보고서에 따르면 정보통신기술(ICT)과 로봇기술, 신소재나노 등 9대 미래 유망산업을 선도할 핵심인재는 2020년까지 9만명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분야의 인적자원 경쟁력이 선진국의 55%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이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와 함께 대기업 32곳을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전체의 79.4%가 “이공계 기피현상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또 전체 응답자의 81.3%가 “R&D 인력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기업들은 이공계 인력 확충을 위해선 미래 비전을 보여줘 우수 인재들이 자발적으로 이공계를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R&D 인력에 대한 충분한 보상 및 육성 체계를 갖춰 이들이 장기 비전을 수립하는 데 앞장설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도 함께 나서 이공계 출신의 고위 관료 육성 등 이공계 인력을 우대하는 풍토를 조성하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이들은 강조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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