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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민아 / 사진 오재철] 끝없이 이어진 푸른 수평선, 손 내밀면 닿을 듯한 하얀 뭉게구름, 어깨가 절로 들썩여지는 신나는 레게 음악... 찡긋, 내리쬐는 햇살에 눈이 부셔 한 손으로 살포시 그 빛을 가려본다. 다른 한 손엔 얼음이 들어간 시원한 프루트 펀치. 나는 지금 에메랄드빛 카리브해 위에 우뚝 서 있다. 불어오는 바람을 가르며… 영화 속 한 장면이냐고? 아니, 이것은 16명의 친구들과 함께한 나의 리얼 요트투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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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디아, 저길 좀 봐! 돌고래 가족이 우릴 뒤따르고 있어!” 정글북 속 늑대소년 모글리를 닮은 닉이 날 부르며 외쳤다. 그가 가리킨 손가락 끝에는 정말로 우리 요트를 따라오고 있는 돌고래 무리들이 있었다. 망망대해 드넓은 바다에서 난생 처음 본 야생(?) 돌고래들과 함께한 세일링, 달 밝은 무인도에서의 멋진 하룻밤, 신비로운 바닷 속 잊지못할 스노클링까지… 벨리즈에서 찾아낸 라가머핀(Ragamuffin) 요트투어는 이번 장기여행에선 생각지도 못했던 큰 선물을 우리에게 안겨 주었다. 바로 ‘여행 중 떠나는 또 하나의 여행’.
[나테한 여행 Tip]
라가머핀 요트투어(Ragamuffin Overnight Sailing)는 벨리즈의 키컬커 섬에서 출발해 두 개의 섬을 거쳐 플라센시아에 도착하는 2박 3일 간의 세일링 투어다. 낮에는 요트 세일링을 하며 낚시, 스노클링 등을 즐길 수 있고, 밤에는 섬(날씨에 따라 숙박하는 섬이 달라진다)에 정박한다. 미리 예약하거나 키컬커 섬에서 직접 신청할 수 있다. 식사 및 간식, 음료수, 숙박비를 모두 포함해 비수기에는 350달러, 성수기에는 400달러 선. (2013년 1월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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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 3일간의 안전한 요트투어을 위한 오리엔테이션 자리에서 처음 만난 승객 14명과 캡틴 케빈, 그리고 선원 둘은 동그랗게 둘러앉아 간단히 자기소개 후 헤어졌다가 다음 날(출항일) 아침 다시 만났다. 아직까진 데면데면. 그러나 이 서먹한 분위기는 신기하게도 라저 킹(Lagger King)호를 타기 직전 신발을 벗어 던지며 한 방에 사라졌다. (요트투어를 하는 동안 신발은 필요없기 때문에 출발 전 신발을 모두 벗어 한 곳에 모아 놓는다) 신발을 벗어 던짐과 동시에 모두들 동심으로 되돌아간 것일까? 인종도 국적도 다른 17명이 어쩜 그렇게 친해질 수 있었는지…
뱃머리, 갑판 위, 뱃꽁지 등 각자의 취향대로 원하는 곳에 자리를 잡고 오전 9시 경 출항 준비 완료. 자, 이제 푸른 물결 넘실대는 저 멀리 푸른 바다로 떠나볼까? 두 눈을 떠도, 두 눈을 감아도 코 끝을 스치는 바다 내음이 한가득 불어온다.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우리 요트는 앞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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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디아, 프루트 펀치 좀 건네줄래? 시원한 얼음도 넣어서”
“포토그래퍼 테츠, 여기여기! 사진 예쁘게 찍어줘야 해!”
“엘레나, 미안한데 내 등에 선크림 좀 발라줄래?”
“얘들아, 저기 봐! 바다 한 가운데 나무 한 그루만이 우뚝 서 있는 손바닥만한 작은 섬이 있어!”
사실 라저 킹 호는 엄청 넓고 으리으리한 크루즈가 아니다. 선원과 승객, 우리 17명이 옹기종기 모여 앉거나 누우면 꽉 차는 아담한 요트. 그래서였을까? 한정된 공간 안에서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빠른 속도로 친해질 수 있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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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앉은 자리는 뱃꽁지 쪽의 낚시석. 양 손으고 멍하게 낚시대를 움켜잡고 끝없이 이어진 잔잔하고 푸른 바다를 바라보는 그 시간이 좋았다. 그렇게 무념무상,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심지어는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머리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멍하게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손 끝에 묵직한 찌의 미동이 전해졌다.
“엄마야, 나 물고기 잡았어” 내 생애 처음 잡은 물고기는 (거짓말 조금 보태서) 내 키만 했다. “이거 회 떠 먹으면 한 상차림 나오겠는걸?” 생각만으로도 흐뭇한 미소도 잠시… 이 나라 사람들은 회를 먹지 않는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내가 잡은 횟감은 저녁 찜으로 재탄생하였다는 안타까운 현실. (물론 찜도 맛있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회가 더 먹고 싶었을 뿐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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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게 음악 들으며 바다 보기, 갑판 위에서 낮잠자기, 점심 먹고 스노클링, 멍 때리며 낚시하기 등이 오전 9시에 출발해 오후 4시 경 무인도에 도착하기 전까지 오늘 했던 일의 전부다. 출발 전, 첫째 날 밤엔 샤워를 못한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어도 설마 진짜로 이런 무인도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러나 샤워를 못해도, 전깃불이 없어도... 영화 속에서나 보던 망망대해 한 가운데 나무 한 그루가 우뚝 솟아 있는 무인도에서의 하룻밤, 이 얼마나 로맨틱한가! 거기다 오늘 밤은 달도 참 밝다. 투어 회사에서 준비해 준 2인용 텐트에 오빠와 함께 나란히 누워 바라보던 보름달은 잊지 못할 추억 하나를 더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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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 둘째 날, 다시 또 떠날 채비를 하고 요트에 올랐다. 오늘의 내 자리는 배 꼭대기 갑판 위. 어제와 다름없이, 한결같이 잔잔한 바다는 엄마의 품처럼 포근했다. 그러다 문득 ‘이 넓은 바다 한가운데 맨몸뚱이로 혼자 덜컥 떨어졌으면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두 발 뻗고 앉을 수 있는 이 배 한 척이 뭐라고 이렇게 바다가 아름답고 편하게 느껴질 수 있을까? 그리고 이 소중한 시간을 함께 하고 있는 우리 16명의 친구들이 마치 오래 알아온 동료처럼 가깝고 애틋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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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게 음악 들으며 바다 보기, 갑판 위에서 낮잠자기, 점심 먹고 스노클링, 또 누군가는 멍하니 낚시… 어제와 다를 것 없는 오늘의 세일링이었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은 꿈 같은 하루가 지나고 두 번째 섬에 도착했다. 어제보단 조금 크지만 그래봤자 섬 한 바퀴를 다 둘러보는 데는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 작은 섬. 오늘은 카리스마 넘치는 캡틴 케빈과 익살맞은 선원 셰인, 그리고 믿음직스러운 선원 칠로가 실력 발휘 제대로 해서 우리들의 저녁 만찬을 준비해 주었다. 이름하여 ‘랍스터 파티’. 랍스터 맛있는 건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맛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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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모두들 헤어져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갈테지만 지금 이 순간 우리 17명은 마치 미지의 섬에 표류한 <15소년 표류기> 속 주인공이 된 듯 마지막 밤을 함께 즐겼다. 어느 새 여행 자체가 일상이 되어버려 새로운 여행지로 향할 때의 설렘도 잃어버린 오빠와 나에게 이번 라가머핀 요트투어는 여행 속 또 다른 여행을 떠나온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덕분에 여행에 대한 설렘과 열정도 되찾을 수 있게 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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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테한 세계여행]은 ‘나디아(정민아)’와 ‘테츠(오재철)’가 함께 떠나는 느리고 여유로운 세계여행 이야기입니다. (협찬 / 오라클피부과, 대광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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