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타임즈의 확대경] 캠핑에 울고 웃는 자동차

입력 2013-03-25 15:31  

석기시대 동굴에서 벗어난 인류는 생존을 위해 유목 생활을 했다. 새벽이슬과 바람을 피할 장소가 필요했다. 여름은 그럭저럭 견뎌냈지만 추위를 피하는 건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키우던 짐승이 죽으면 가죽으로 바람막이를 만들었고, 이를 지탱하는 뼈대는 손쉽게 설치와 해체가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농경사회로 접어들면서 정착이 이뤄졌다. 한 장소에 집을 짓고 인근 논과 밭에서 작물을 재배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그런데 봉건사회에서 산업혁명으로 넘어가면서 기계가 등장하고,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되자 다시 천막을 들고 자연으로 되돌아가려는 욕구가 생겨났다. 물론 생존을 위한 게 아니라 ‘자연으로의 회귀(Return to the nature)’를 위한 욕구다.

현대적 의미의 캠핑은 영국에서 비롯했다. 보이스카우트의 아버지로 불리는 베이덴 파월 경이 아웃도어 레저를 즐겼다고 전해진다. 이후 자전거를 타고 자연을 탐방하며 잠을 청하는 모임이 생겼고, 자전거는 자연스럽게 자동차로 대체됐다.

최근 국내에 오토캠핑이 유행을 타고 있다. 캠핑 인구만 600만명으로 추산되고 관련 시장은 1조50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그 덕분에 요즘 SUV와 RV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필요한 장비를 싣고 가려면 넓은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토캠핑에도 ‘빈익빈 부익부’가 존재한다. 과거 계곡 등지에서 가볍게 텐트를 놓고 기타를 치던 때를 떠올리면 곤란하다. 작은 소품 하나도 브랜드마다 가격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 크다. 하이라이트는 역시 자동차다. 자동차만큼 외형적으로 경제력을 암시하는 수단도 없다.

오토캠핑용으로 손꼽히는 차는 지프(Jeep) 랜드로버 등이다. 태생부터 험한 길을 좋아하는 브랜드들이다. 물론 메르세데스 벤츠의 G클래스도 어디든 마다하지 않는다. 같은 오프로더라도 사막이나 정글에 어울리는 차가 있다. 도요타 랜드크루저다. 두바이 모래사막 투어에 사용됐고 말레이시아 정글 랠리로 유명한 ‘레인 포레스트’의 주력 차종이다. 레인 포레스트에 간혹 도전장을 내민 차가 지금은 단종된 쌍용차의 구형 코란도와 무쏘였다.

물론 요즘 오토캠핑은 점잖다. SUV 또는 RV가 아니어도 문제될 게 없다. 그런데 점잖은 캠핑 인구가 늘면 차별화를 위해 오지를 찾는 이도 많아지는 법이다. 덕분에 험로용 차종도 점점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지프와 랜드로버 판매가 늘어난 것도 우연은 아니다.

그런데 결국 모든 건 원점으로 돌아온다. 캠핑에 푹 빠져 장비를 모으고 급기야 차를 바꾸면 더 이상 할 게 없어진다. 그때가 되면 최소한의 장비만 갖추고 아무도 없는 곳을 찾아 걸어가는 게 최선의 캠핑임을 깨닫게 된다.

흔히 ‘자동차 개조(튜닝)의 끝은 순정’이라고 한다. 개조를 하다 보면 끝이 없고 결국 원래 상태로 되돌린다는 의미다. 초보에서 시작해 럭셔리 캠핑으로 진화한 뒤 결국엔 가벼운 배낭 하나 메고 홀로 산으로 향하는 게 순리인가 보다.

권용주 오토타임즈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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