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티' 중국산? 이젠 고급화로 '불티'

입력 2013-03-25 16:47  

KOTRA 중국기업 경계론

스마트폰·가전·중장비 등 한·일기업 바짝 뒤쫓아



중국 화웨이와 ZTE는 작년 4분기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에서 각각 3위와 5위에 올랐다. 삼성 애플보다 최대 50%까지 싸면서도 중앙처리장치(CPU)와 화면 해상도 등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평을 듣고 있다. 하이얼은 멀티형 3도어 냉장고가 유럽에서 인기를 끌면서 글로벌 냉장고 판매량 1위를 5년째 지키고 있다. 저가품을 만들던 중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약진하며 한국 기업을 위협하고 있다는 ‘중국 기업 경계론’이 이어지고 있다.

KOTRA는 25일 ‘중국 기업이 달라진다’ 보고서에서 “중국 제조업체들이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한 세계화 전략에 나서면서 저가·저급품 이미지에서 빠르게 벗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기업의 약진은 백색가전 등 저가품 위주에서 LCD TV, 굴삭기 등 전자제품과 중공업 분야로 퍼지고 있다. TCL과 하이센스는 지난해 세계 LCD TV 시장에서 각각 4위와 7위를 기록하며 한국과 일본 기업을 바짝 뒤쫓고 있다. 이들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전전시회 CES에 삼성과 같은 크기인 110인치급 울트라 HD TV를 선보였다. 1~2년 내에는 삼성전자LG전자를 뒤쫓아 OLED TV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볼보건설기계, 일본 고마쓰 등 선발 기업들의 ‘놀이터’였던 중장비 분야도 주목된다. 싼이중공업은 작년 중국 굴삭기 시장에서 한국 두산인프라코어와 고마쓰를 제치고 판매 대수 1만2944대로 1위에 올랐다.

보고서는 중국 기업들이 예전처럼 정부 보조에만 의존하는 게 아니라 기술 개발과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만만디(慢慢的·느린)’가 ‘콰이콰이디(快快的·빨리빨리)’로 바뀌었다는 얘기다.

내수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도 중국 기업의 강점이 되고 있다. 보고서는 “경쟁에서 생존한 업체들이 해외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했다. 권용석 KOTRA 칭다오비즈니스센터장은 “중국 기업보다 해외 시장에 먼저 진출해 브랜드를 구축하는 등 확고한 생존전략을 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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