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어디가~코스피 '英美 앓이'

입력 2013-03-27 17:01   수정 2013-03-27 22:38

기관 연일 매수에도 코스피 2000 회복 못해…영·미계 2조6000억 매도

원·달러 상승세로 환차손 우려…경기 살아나는 선진국 투자
당분간 강한 순매수 힘들듯




외국인의 매도 공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기관이 매수 행진을 벌이고 있지만 코스피지수는 2000선을 앞두고 주춤하는 모습이다. 외국인 매도세는 미국과 영국계 자금이 이끌고 있다. 두 나라 자금은 이달 들어 약 2조6000억원 상당의 한국 주식을 팔았다. 달러 강세(원·달러 환율 상승)로 환차익 가능성이 줄어든 데다 엔화 약세로 인한 한국 수출기업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에서 선진국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당분간 외국인의 강한 순매수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전망했다.

○한국에서 돈 빼 선진국 증시에 투자

27일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134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코스피지수는 기관이 약 3700억원 순매수한 덕분에 9.74포인트(0.49%) 오른 1993.44에 마쳤다.

지난 7일 이후 단 하루(13일)를 제외하고는 매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을 팔고 있는 외국인의 정체는 미국과 영국계 자금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6일까지 미국계와 영국계 투자자는 1조3000억원씩 한국 주식을 팔았다.

미국 등 선진국 경기 회복세로 인해 신흥국 증시에서 돈을 빼 선진국 증시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펀드 조사기관 이머징포트폴리오닷컴에 따르면 신흥국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에서 14~20일 14억320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반면 미국펀드 등 선진국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로는 39억3900만달러가 유입됐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실물경제의 선행 지표인 2월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가 54.2를 기록할 정도로 선진국 경기가 신흥국보다 좋다”며 “글로벌 자금이 선진국으로 이동 중”이라고 분석했다. ISM 제조업지수가 50보다 높으면 높을수록 그만큼 경기가 좋다는 걸 뜻한다.

○달러 강세로 환손실 우려 커져

달러 강세도 외국인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 1월11일 달러당 1054원으로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은 이날 1111원까지 올랐다. 작년 4분기 이후 한국 증시에 투자한 외국인은 환차익은커녕 환손실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엔화 약세 추세가 굳어지고 있어 한국 수출기업의 실적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은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로 한국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홍순표 BS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환차손이 커지면 세계적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인 뱅가드 같은 외국계 투자자가 한국 주식을 미리 많이 팔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홍 팀장은 “미국과 영국 투자자로선 자국 증시에 투자하는 것이 이익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외국인 강한 순매수 기대 어려워

당분간 외국인의 강한 순매수세는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됐다. 이 연구원은 “신흥국으로 1~2월에 이미 많은 돈이 들어왔기 때문에 자금 흐름이 강한 순매수로 전환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키프로스 등 유로존 문제가 안정돼야 달러화 강세현상이 완화되며 신흥국 증시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음달에는 외국인 자금이 들어올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 팀장은 “올 들어 선진국 증시와 한국 증시의 수익률 차이가 10% 이상 벌어졌기 때문에 차이 줄이기가 진행될 것”이라며 “중국 경기가 더 나빠지지 않는다면 외국인은 2월 수준의 순매수세를 4월에 나타낼 수 있다”고 예상했다.

황정수/김동윤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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