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비과세·감면 없앤다는데…국회 세금 깎는 법안 벌써 63개

입력 2013-03-27 17:11   수정 2013-03-28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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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재원 마련 가시밭길
"비과세·감면 줄이려면 포퓰리즘 일삼는 국회 통제할 수 있어야"



정부가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해 연간 30조원에 달하는 조세지출(비과세·감면)을 대폭 축소하기로 했지만 국회는 거꾸로 비과세·감면 확대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국회 동의를 거쳐 기존 비과세·감면을 줄여야 하는 정부로선 더욱 벅찬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적자재정을 감수하고 복지를 늘려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이 27일 국회에 계류된 법안을 분석한 결과 비과세·감면 확대를 요구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만 63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말 운영시한(일몰)이 끝나는 비과세·감면 항목(44건)보다 더 많은 세금 감면 법안이 국회에 쌓여 있는 것이다.

택시업체의 부가가치세를 90% 감면해주는 ‘일반택시 운송사업자에 대한 부가가치세 납부세액 경감’ 조항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올해 일몰을 맞는 이 조항을 통해 택시업체가 받는 세금 감면액은 1576억원.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비과세·감면은 일몰이 되면 폐지하겠다”고 단언한 만큼 원칙대로라면 올해 말로 폐지돼야 한다. 하지만 이 조항을 3년 연장해 달라는 법안이 이미 지난 1월 안민석 민주통합당 의원의 대표발의로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경기침체와 지하철 심야운행, 자가용 증가, 대리운전 등으로 택시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연장 신청 사유다. 문제는 ‘표’다. 택시업계를 달래기 위해 여야 의원들이 연장에 찬성하면 정부는 손 쓸 방법이 없다.

비과세·감면 확대 법안은 야당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적지 않다.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 등 여당 의원 10명은 올해 말 종료되는 3건의 비과세·감면 연장안을 이달 중순 발의했다. 어음 결제를 줄이기 위해 현금성 결제에 부여하는 세제혜택 시한을 3년, 사회적 기업과 장애인 표준 사업장에 대한 세제혜택과 중소기업에 취직하는 청년 취업자에 대한 소득세 감면을 각각 2년 늘리자는 법안이다.

아예 새로운 비과세·감면 조항을 신설하자는 법안도 많다. 이한성 새누리당 의원은 장기펀드에 소득공제 혜택을 신설하는 법 개정안을, 민홍철 민주당 의원은 군 복무 기간 저축액에 대해 소득세를 감면하는 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발의했다. 원혜영 민주당 의원 등은 지정기부금을 소득공제 한도에서 제외하는 법 개정안을 냈다.

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조세특례제한법이 아닌 개별 세법을 통해 이뤄지는 비과세·감면 확대 법안까지 감안하면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다. 불임부부의 체외시술에 대한 소득공제 한도 확대, 자유무역협정(FTA)으로 피해를 입은 영세어민에 대한 소득세 비과세, 오피스텔 세입자의 대출 원리금과 월세에 대한 소득공제 등 종류도 다양하다. 조세특례제한법과 달리 개별 세법을 통한 비과세·감면은 대부분 일몰 기한조차 없어 한 번 생기면 줄이기가 더 어렵다.

비과세·감면의 60%가량은 서민과 중산층, 중소기업 등 경제적 약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점도 변수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과거에도 비과세·감면을 줄이려는 노력이 없었던 게 아니다”며 “하지만 그 때마다 표를 의식한 국회가 발목을 잡았다”고 털어놨다.

정부는 전날 국무회의에서 비과세·감면 중 일몰이 도래하면 원칙적으로 폐지하고 일몰 기한이 없는 비과세·감면도 성과 평가를 통해 적극적으로 줄이기로 했다. 우선 올해 30조원 규모의 비과세·감면 중 1조8000억~2조원을 줄이기로 했다. 하지만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하면 이 같은 계획은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의 고영선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은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비과세·감면 축소를 위해) 국회 차원의 통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법은 재정 지출을 수반하는 의원입법을 발의할 때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사전협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주용석/김유미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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