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에 세입 줄고 산업銀 등 민영화 지연
복지 지출도 '눈덩이'…균형재정 물건너가
지금 상황에선 정부가 추경을 하더라도 세입 추경액이 세출 추경액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세입 추경이 세출 추경보다 많은 것은 사상 처음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경기 침체와 산업은행 등 공기업 민영화 지연으로 올해 정부가 걷을 수 있는 세금이 당초 계획보다 13조원 이상 줄어들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 임기 첫해부터 대규모 재정적자가 불가피해졌다. 강도 높은 세출 구조조정이 없다면 올해 재정적자 폭은 20조원 이상에 달할 전망이다.
○재정적자 요인 ‘속출’
기획재정부는 28일 ‘2013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올해 경기침체에 따른 세수 감소액만 6조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 침체로 세수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세수 펑크’는 진작부터 예견됐다. 올해 정부 예산안 자체가 지나치게 낙관적인 경기 전망을 근거로 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올해 예산을 짜면서 올해 4.0% 성장을 전제로 국세 수입을 216조4000억원으로 잡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성장률 전망치를 3.0%로 내린데 이어 이날은 다시 2.3%까지 낮췄다. 성장률이 1.7%포인트 떨어진 만큼 세수는 연간 4조원 가까이 줄어들게 된다.
세수 감소 요인은 또 있다. 새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에 소극적이란 점이다. 정부는 지난해 세외수입으로 산업은행(2조6000억원)과 기업은행(5조1000억원) 매각대금을 7조7000억원 잡아놨지만 이 돈이 안 들어올 가능성이 커졌다.
이렇게 두 가지 요인만 따져도 세수 감소가 13조7000억원이 넘는다. 정부가 당초 올해 예산에서 재정적자를 4조8000억원으로 예상한 것까지 감안하면 재정적자는 18조5000억원까지 늘어난다. 변수는 또 있다. 바로 경기 부양과 복지 확대를 위한 재정지출이다. 정부는 이날 경제정책 방향에서 구체적인 재정지출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사회간접자본(SOC) 등을 중심으로 공공기관 투자 규모를 1조원가량 확대하겠다고 했다. 이것만해도 재정적자가 19조5000억원이고 여기서 조금만 더 늘리면 20조원이 훌쩍 넘는다.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1400조원가량으로 예상되는 점을 감안하면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1.5% 안팎에 이를 전망이다.
○세출 구조조정이 관건
물론 실제 재정적자는 이 같은 추정치와는 달라질 수 있다. 정부가 세수 확대를 위한 방안을 짜내려고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뾰족한 수는 없다. 우선 정부가 방점을 찍고 있는 지하경제 양성화나 비과세·감면 정비는 당장 올해 세수 증대에 별 효과가 없다. 세법을 고치면 내년부터 효과가 나기 때문이다. 지하경제 양성화는 법 개정 없이 추진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정부 기대(연간 6조원)만큼 세수 증대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결국 당장 손댈 수 있는 것은 세출 구조조정이다. 정부는 5년간 81조5000억원을 절감하겠다고 밝혔다. 연평균 16조3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실제 이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지난해 균형재정을 강조하면서 세출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실제 줄어든 돈은 2조8000억원밖에 안됐다. 결국 정부 예산을 아껴쓰고 새는 돈을 막는 수준 정도를 예상할 수 있는데 이 정도로 만들 수 있는 돈은 많지 않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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