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중·러 밀월관계 속 한국 대응법

입력 2013-03-31 16:56   수정 2013-03-31 22:42

中 '고성장 유지', 러 '극동 개발'…이해 맞아떨어진 新동반자시대
한국, 러 에너지 외교 강화해야

차윤호 <경남대 극동문제硏 교수ㆍ러시아연방 변호사 sasha21@hanmail.net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취임 후 첫 해외 정상외교 국가로 러시아를 선택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3월 22일 모스크바에서 열렸다. 북한의 3차 핵실험 강행과 한반도에 국지적 도발이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중·러 양국의 정상회담 결과와 의미는 우리에게 큰 관심일 수밖에 없다.

중·러 양국은 1996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와 2001년 ‘중·러 선린우호 협력 조약’을 체결하고 2009년 ‘중·러 수교 60주년’을 계기로 정상들이 서로 교차 방문하면서 협력을 강화했다. 시진핑 주석의 이번 러시아 방문은 중·러 관계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으로, 양국은 최고의 밀월관계를 가져가고 있는 셈이다.

양국 간 교역규모는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에 의하면 2009년 약 400억달러에서 2011년 792억달러, 2012년 881억달러를 넘어 2015년에는 100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의 원유 대외 의존도는 1993년에 6%에서 작년엔 56.4%를 넘어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러시아의 제1의 무역 파트너 국가가 됐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러 간 투자는 더욱 확대되고 에너지 협력에도 큰 진전이 예상된다. 두 나라는 지금이 서로 협력을 통해 전략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국의 주요 관심사는 에너지와 경제성장이다. 두 나라는 지난 수십 년 동안 고속 경제성장을 해왔다. 양국의 새 리더들은 세계경제의 침체 속에서 경제성장의 동력을 찾고 지역 간 경제 불균형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

이번 중·러 정상회담 목적은 양국간 에너지 협력과 우호협력 강화를 통해 낙후된 중국의 동북3성과 러시아의 극동지역 경제개발을 함께 추진하는 데 있다. 더 나아가 양국은 북한 핵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문제, 동북아 안보상황, 미국의 아시아 중시전략에 대한 공동 대응을 통해 북한을 포함한 동북아 지역문제와 국제 외교문제 해결에 있어 양국의 외교 및 군사협력 관계를 강화해 미국과 일본 동맹을 견제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의 특징은 에너지협력 강화를 꼽을 수 있다. 두 정상이 서명한 대부분의 문서는 에너지 협력에 대한 것이다. 2006년부터 7년을 끌어온 시베리아산 천연가스 협상도 큰 진전을 보았다. 중국은 러시아로부터 가스관을 통해 2018년부터 매년 380억㎥의 천연가스를 30년 동안 받고, 시베리아산 원유수입도 매년 3100만t으로 물량을 늘려서 합의의향 문서에 서명했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경제성장의 유지와 중국 내부 지역 간 불균형 및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고, G2 국가로서 정치 외교적으로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의 협력이 필요하다. 또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는 동시에 북한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가 필수적이다. 경제성장의 기반이 되는 원유의 절반 이상을 수입하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러시아로부터 시베리아산 원유와 천연가스 도입이 절실한 상황이다.

러시아 입장에서도, 중국과의 협력이 중요하다. 러시아는 유럽시장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아시아중심의 경제구조로 탈바꿈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러시아는 푸틴 3기 정부가 들어서면서 ‘극동개발부’를 신설해 극동지역과 동시베리아 지역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새로 개발을 추진 중인 에너지 자원의 판매처 확보도 필요하다. 이를 통해 경제성장 원동력 확보와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지역에서의 러시아 영향력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아시아 중시 정책을 펴고 있는 러시아에 대한 한국 외교도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에너지 외부 의존도가 높은 우리는 당장 에너지 확보 다변화 차원에서 러시아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한·러 간에 새로운 형태의 에너지 협력체가 요구되는 이유다. 새 정부는 주요 4개국 정상외교 전에 한·러 간 ‘에너지협력특별위원회’를 제안해 러시아산 가스와 원유도입 그리고 소형 원자력분야 협력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차윤호 <경남대 극동문제硏 교수ㆍ러시아연방 변호사  sasha21@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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