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얼음 왕'이 보여준 창조경제

입력 2013-03-31 17:06   수정 2013-03-31 22:43

경제 움직이는 힘은 이윤동기…기업가 창조·혁신활동 막으면 성장동력 찾는 건 요원한 얘기

안재욱 < 경희대 교수·경제학 객원논설위원 jwan@khu.ac.kr >



‘얼음 왕’으로 불리는 미국의 프레데릭 튜더는 보스턴 지역의 싼 얼음을 멀리 남쪽 바하마까지 잘 싣고 가서 비싸게 팔면 돈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1806년 2월 보스턴에서 얼음을 배에 싣고 바하마에 가서 파는 모험을 감행했다. 인공으로 얼음을 만들 수 없었던 당시 그의 얼음은 보스턴 근처 호수의 얼음을 손으로 직접 채취한 자연산 얼음이었다.

생전 처음 얼음을 본 바하마 사람들은 그의 얼음에 열광했다. 첫해에는 금전적 손해를 많이 봤지만 바하마까지 얼음을 실어 나를 수 있음을 확인한 튜더는 얼음을 채취하는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과 적극적인 마케팅 방법을 고민했다. 그는 얼음 공급자인 나다니엘 와이스와 협력해 한 번에 여러 얼음을 동일한 크기로 뜰 수 있는 ‘얼음 쟁기’와 채취한 얼음을 호수에서 저장고까지 운반할 수 있는 컨베이어 벨트를 개발했고, 톱밥을 이용하면 비용을 적게 들이고 얼음을 잘 보관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뿐만 아니라 고객들에게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방법과 아이스박스에 얼음을 저장해 음식을 오래 보관하는 방법 등 새로운 얼음 사용 방법들을 알려주었다. 그렇게 하여 그는 많은 돈을 벌었다.

50년 후 그의 회사는 바하마는 물론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 인도의 뭄바이, 홍콩 등지까지 얼음을 싣고 가서 팔았다. 튜더의 성공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 사업에 뛰어 들어 1870년대 후반 보스턴 지역에만 얼음 회사가 14개나 되었으며, 얼음 회사는 메인 주와 뉴햄프셔 주까지 확산됐다. 개인이 호수에서 얼음을 채취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질 수 있었던 미국에서 자연산 얼음 사업은 1880년대에 전성기를 이루다가 새로운 기술인 냉장고가 나오면서 서서히 쇠퇴하여 지금은 사라져 버렸다.

경제는 이렇게 기업가의 이윤기회에 대한 끊임없는 재창조와 발견에 의해 움직여 나간다. 기업가는 곳곳의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들을 파악하고 비교해가며 시간과 장소, 그리고 이윤기회 등을 포착하고 만들어 내면서 가장 필요한 곳에 재화와 자원을 보내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간다. 시장에서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를 판단하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거나 새로운 제품을 개발한다. 이것은 모험 행위로서 사전에 성공할지 실패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기업가 자신도 모른다. 그 성공여부는 실천해봐야 알 수 있으며, 소비자의 평가에 따라 결정된다. 기업가가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면 성공하고 그렇지 못하면 실패한다.

인공 얼음의 기술이 자연산 얼음 산업을 퇴출시켰듯이 PC와 워드프로세서는 타자기를 사라지게 했고, 디지털 카메라와 반도체 메모리의 등장으로 필름 시장이 사라졌다. 또 한때 PC업계 1위였던 델컴퓨터, 휴대폰 시장에서 최고의 시장점유율을 자랑했던 노키아, 휴대용 게임기 시장을 개척했던 닌텐도 등이 새로운 기술과 시장상황에 적응하지 못해 추락했다.

경제는 이런 창조적 파괴 과정을 통해 성장한다. 만약 이런 과정을 막는다면 경제는 성장할 수 없다. 소비자의 선택에 맡기지 않고 정부가 산업과 기업을 인위적으로 보호하고 살려준다면 경제는 성장하기 어렵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핵심은 ‘미래성장 동력’과 ‘창조경제’다. 창조 또는 혁신을 통해 성장 동력을 발굴해 높은 경제성장을 실현하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그런데 한편으로 경제민주화란 이름으로 창조적 파괴 과정을 가로막고, 행정력을 동원해 물가를 잡겠다고 나서며 가격을 올리는 기업들을 감시하고 색출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더욱 우려스런 것은 서울시가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에서 51종의 생필품을 팔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이런 것들은 산업과 기업을 인위적으로 보호하며 소비자 주권을 침해하고 기업가의 창조와 혁신적 활동을 억제하는 조치들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미래성장 동력’과 ‘창조경제’를 기대하기 어렵다. 기업가의 끊임없는 재창조와 발견 과정이 방해받기 때문이다. 정말로 ‘미래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창조경제’를 일으키고 싶다면 소비자 주권을 보장하고 기업 활동을 옥죄고 있는 규제와 정부 간섭을 없애 기업과 기업가들이 역동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안재욱 < 경희대 교수·경제학 객원논설위원 jwan@khu.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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