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장기업의 심각한 경영부진이 말하는 것

입력 2013-04-02 17:03   수정 2013-04-02 21:45

작년 상장기업 499개사의 연결 영업이익(K-IFRS 기준)이 전년보다 2.0%, 연결 순이익은 6.8% 줄어드는 등 기업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고 한다. 더구나 자세히 뜯어보면 상태는 드러난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제외한 나머지 회사들의 연결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0.6%, 연결 순이익은 -33.0%로 크게 쪼그라든다. 흑자가 늘어난 업종은 전기전자 유통 음식료뿐이다. 42개사가 흑자로 전환했지만 적자전환 기업은 그보다 훨씬 많은 60개사에 달한다. 잘나가는 업종의 몇 개 회사를 빼면 대부분 실적이 악화된 것이다. 코스닥 상장업체도 순이익은 전년 대비 -5.5%, 영업이익은 -2.4%를 기록해 실적악화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다고 올해 반전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대한상의가 500개 회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59.6%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 이하로 추정했다. 정부가 작년 9월 4.0%로 잡았던 올해 GDP 증가율 전망치를 최근 2.3%로 수정했지만 기업들은 더 낮게 보고 있는 것이다. 경기전망이 비관적이라는 점에서 보면 응답기업의 71.4%가 올해 투자를 줄이거나 늘리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다. 경기침체의 자기예언적 파국이 나타날 가능성도 높아진다.

정부가 12조원 이상의 추경예산을 편성해 경기부양에 나설 예정이긴 하다. 하지만 기대만큼의 효과가 나타날 것인지 확실치 않다. 한국은행이 2일 ‘재정지출의 성장에 대한 영향력 변화와 시사점’을 주제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이전엔 재정지출 1원을 추가확대하면 GDP가 0.76원 늘었지만, 2000년 이후엔 0.27원에 그쳤다. 재정지출의 성장효과가 약화돼 돈을 푸는 것이 예전만큼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결국 답은 기업들의 분위기를 띄우고 경영의지를 북돋우는 것에서 찾아야 한다. 그러나 동반성장과 경제민주화 논리에 갇힌 정부 정책은 거꾸로 간다. 일감몰아주기 과세, 징벌적 손해배상 확대, 순환출자 금지 등의 규제가 줄을 잇는 중이다. 기업들의 초라한 실적은 기업을 옥죈 복합적 결과물일 것이다. 경제살리기는 점점 요원한 일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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