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 로스 교수 연설 요지 "시장은 거래 상대 찾는 '짝짓기' 과정"

입력 2013-04-03 17:23   수정 2013-04-04 02:51

로스 교수 연설 요지



결혼 적령기의 남녀는 흔히 “세상에 결혼을 원하는 사람이 많은데 왜 내 짝은 없는 것인가” 고민하곤 한다.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청년실업이 심각하다는데 왜 자신의 회사에는 지원자가 없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거래 당사자가 모두 원하는데 왜 성사되지 않는 거래가 존재하는 걸까.

앨빈 로스 미국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3일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에서 ‘시장설계(market design) 이론’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다양한 사례를 들며 설명했다. 그는 우선 ‘시장(market)’과 ‘장터(marketplaces)’가 다르다고 밝혔다. 시장 메커니즘이 적용될 수 있는 수많은 선택과정에 구체화된 장터가 형성되려면 세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거래를 원하는 많은 사람이 있어 두터운 시장이 형성돼야 한다. 또 지나치게 많은 사람이 시장에 참여해 혼잡을 유발할 경우 일종의 중앙집권적 ‘청산소(clearing house)’를 두어 실제 선호체계를 파악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하고, 시장의 안정성에 대한 인식도 공유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거래를 원하는 쌍방이 서로의 선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시장설계라고 소개했다. 예컨대 모든 학생이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선택하는 동시에 상대의 선택을 받는 ‘짝짓기(matching system)’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한국식 가나다 학군제 등으로 해결할 수도 있지만, 탈락자의 기회 손실이 크다. 로스 교수는 대신 “수차례에 걸쳐 지원과정을 반복하는 시스템을 적용하면 학교와 학생 모두 만족할 수 있다”며 이미 이를 보스턴공립학교에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로스 교수는 대학입시, 고용시장, 신장이식수술 등에서 거래를 원하는 당사자들끼리 연결하는 풀(pool)을 관리해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거래를 위해 어떤 정보가 필요한지, 그 정보를 어떻게 교환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면 거래를 막는 장벽을 찾아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시장의 결정요인은 가격 외에도 많다”며, ‘혐오감’이 거래가 이뤄지지 못하도록 막는 경우를 사례로 들었다. 장기를 원하는 사람도, 팔겠다는 사람도 있지만 이를 합법화하는 데 대한 혐오감 때문에 장기매매는 불법이 됐다는 것이다. 장기매매가 불법인 상황에서 장기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시장설계가 필요하다며 관련 연구를 한국의 삼성의료원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리=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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