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주부 A씨는 지난해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아 거액의 세금을 내야 했다. 전업주부가 세무조사를 받은 흔치 않은 일이 일어난 사연은 이렇다. 국세청은 2007년부터 2009년 사이 A씨 카드사용금액이 늘어난 사실을 발견했다. 조사 결과 A씨의 재산이 꽤 늘어난 것을 포착했다. 해당 시기 국세청에 신고된 소득 자료도 없었고 상속·증여를 받았다는 근거도 희박했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A씨를 상대로 별도의 ‘재산취득자금 등에 대한 자금출처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A씨처럼 세무조사를 받은 사람이 자신의 카드사용액과 취득 재산의 출처를 일일이 밝히지 못하면 증여세나 소득세가 추징된다. 국세청 몰래 증여받았거나 소득신고를 누락했다는 추측에 근거해서다. 자진신고와 세금미납을 이유로 당초 세액의 20~40%의 신고불성실가산세와 연 10.95%의 납부불성실가산세도 추가된다.
지난해까지 국세청은 차명 금융계좌와 자산에 대해 상대적으로 너그러웠다. 실질에 근거한 과세를 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보다 우선해 인정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상당수 자산가들은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피하는 절세 방안으로 이 틈새를 노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세법이 개정돼 다른 사람 이름을 이용한 차명 자산에 대해 거액의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이 손쉬워졌다. 누군가의 금융계좌에 거액의 자금이 유입된 사실만으로도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게 됐다. 어떤 이유로 자금이 유입됐는지 세세하게 규명하지 않고도 단순한 입금 사실만을 근거로 증여로 규정할 수 있어서다. 억울하게 세금을 내야 했다면, 일일이 근거를 제시하고 소명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같은 세법 개정에는 새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 의지가 담겨 있다. 땅 밑에 재산을 묻어놓고 있는 자산가에게 양성화에 순순히 응하든가, 아니면 더 깊게 땅굴을 파도록 하는 선택을 강요하는 셈이다.
국세청 세무조사 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카드사용액은 유력한 근거자료로 이용된다. 그 활용 범위도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카드사용금액이 줄어드는 것은 세무조사 강화의 영향이라 볼 수 있다.
카드사용을 줄이는 것이 국세청의 칼날을 피해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상당수 자산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세무조사를 받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현실적인 절세 방안이기 때문이다.
허정준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16360 target=_blank>삼성증권 세무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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