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영 20년…삼성 DNA를 바꾸다] 모바일 '쏠림' 커지고 신사업은 걸음마…미래전략실 새벽출근하며 '긴장 고삐'

입력 2013-04-08 17:55   수정 2013-04-09 03:54

글로벌 기업 삼성의 과제는


‘1조원에서 6조원으로.’

삼성전자 모바일 사업이 한 분기에 벌어들인 이익 추이다. 불과 3년 만에 일어난 변화다. 2010년 1분기에 삼성전자 IT·모바일(IM) 부문의 영업이익은 1조1000억원이었다. 올해 1분기엔 6조2000억원대로 증가했다는 게 증권업계 추정이다.

이익 규모가 급증하면서 모바일 사업 의존도도 덩달아 높아졌다. 2010년 1분기만 해도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에서 IM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5%였다. 이 비율은 올 1분기에 70%대로 수직 상승했다.

삼성전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삼성전자 매출 비중이 높은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기, 삼성SDI 등도 삼성 스마트폰만 쳐다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삼성은 2010년 5월에 ‘5대 신수종 사업’을 정했다. 의료기기, 자동차배터리, 태양전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바이오 등을 미래 먹거리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3년이 다 돼가고 있지만 여전히 걸음마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지난 6일 86일 만에 귀국하는 길에 “신경영을 선언한 지 20년이 됐다고 안심해선 안 되고 모든 사물과 인간은 항상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 이유다. 긴장의 끈을 조이기 위해 삼성 미래전략실 임직원들은 작년 7월부터 매일 오전 6시반까지 출근하고 있다.

그룹 위상이 올라간 만큼 체질 변화에도 신경쓰고 있다. 빠른 ‘추격자’에서 넘볼 수 없는 ‘선도자’ 위치로 올라서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2011년 10월 연구·개발(R&D) 인력의 절반가량인 소프트웨어 연구자 비율을 70%까지 늘리기로 했다. 끼가 있는 인재를 뽑기 위해 필기시험 없이 면접만으로 채용하는 ‘창의 플러스 전형’도 2011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사업적 측면에서 이 회장은 본인의 약속을 지켰다는 평가가 많다. 신경영을 주창한 1993년에 말한 대로 20년 만에 삼성을 세계적 초일류 기업으로 키웠기 때문이다. 다만 존경받는 기업으로 만들려는 꿈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 회장은 20년 전부터 “기업은 눈에 안 보이는 책임까지 다해야 한다”며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강조했고 2002년엔 “삼성은 국민의 기업임을 한시라도 잊지 말자”고 당부했다. 이어 작년 신년사에서도 ‘국민기업’을 화두로 내세웠다.

후계 구도도 시험대에 올라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자동차 전장 부품과 중국 등으로 활동 반경을 넓혀가고 있지만 “승계 과정에 문제가 있다”거나 “이 부회장의 경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시각도 여전히 존재한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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