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선 대화 제의냐 아니냐 놓고 혼선 빚어
북한의 잇단 위협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새 정부가 11일 오후 처음으로 대북 대화를 제의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회 외교통일위·국방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과 만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북한과 대화할 것”이라고 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도 성명을 내고 개성공단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재차 확인하면서 북한에 대해 “대화의 장으로 나오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정부의 대북성명은 지난 8일에 이어 불과 사흘 만에 나왔다.
◆단호한 대응 외치다 전격 제의
박 대통령과 류 장관의 대화 제의는 전격적이었다. 류 장관은 성명 발표 전 청와대를 찾아 성명 내용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 장관이 지난 8일 “먼저 대화 제의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상황에서 180도 달라진 것이다.
‘단호한 대응’을 외치던 정부가 태도를 바꾼 것은 무엇보다 북한의 위협으로 박 대통령의 공약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꺼내기조차 힘든 상황과 무관치 않다. 실제 박 대통령은 만찬에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반드시 가동돼야 한다. 상황이 어렵더라도 ‘프로세스’이므로 항상 진행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관계자는 “통일부 대변인 성명 발표 이후에도 북한의 도발적 언사가 이어지는 데 대해 좀 더 높은 수준에서 메시지를 보내고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 프로세스를 제시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서 내부 협의를 거쳐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성공단이 완전히 폐쇄되면 남측으로서도 상당한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는 현실론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대화를 위한 ‘첫 스텝’을 밟은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한반도 위기 상황을 ‘톤 다운’시키려는 뜻이 내포된 것”이라고 했다.
다만 박 대통령은 “도발과 보상이 반복되는 비정상적인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화에 나서더라도 북한의 의도에 순순히 끌려가지 않겠다는 뜻이다.
공은 북한으로 넘어갔다. 북한의 태도에 따라 한반도 긴장 국면의 해소 여부가 달렸다. 전망이 밝지는 않다. 성명이 발표된 지 약 두 시간 뒤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은 “타격수단들은 발사대기 상태에 있다”며 “단추만 누르면 원수들의 아성이 온통 불바다가 될 판”이라고 위협수위를 높였다. 미사일 발사를 강행할 뜻을 내비친 셈이다. 북한은 개성공단 폐쇄 으름장도 놨다.
◆대화로 풀자면서 “대화 아니다”
청와대와 정부는 이날 류 장관이 성명서에서 밝힌 ‘대북 대화’의 진의를 놓고 입장을 번복하는 등 혼선을 빚었다. 류 장관은 성명서 발표 후 “북한에 대한 공식 대화 제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화를 제의하는 것이라기보다 모든 문제를 대화를 통해서 풀어야 한다는 점을 대내외에 천명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곧이어 청와대도 김행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통일부 장관이 직접적으로 대화를 제의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밤 박 대통령이 만찬에서 “북한과 대화할 것”이라고 하자 청와대는 뒤늦게 “박 대통령과 정부가 북한에 대화를 제의한 것으로 해석해달라”고 입장을 바꿨다.
대화로 풀자고 해놓고 대화 제의가 아니라는 데 대한 비판적 여론도 의식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찬에 참석했던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은 “박 대통령의 언급은 직접적인 대화 제의가 아니라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재강조한 것”이라고 말해 혼선을 거듭했다.
조수영/도병욱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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