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귀 기울여 보세요…고요한 사찰 속 봄의 속삭임을

입력 2013-04-14 18:38   수정 2013-04-14 22:42

순천의 봄

벚꽃·동백 만발한 선암사, 수목원 온듯한 착각을…3대 사찰 송광사 매화도 일품
소설 무진기행 배경인 세계5대 습지 순천만…희귀조류들 쉬어가는 곳




○홍매화와 벚꽃이 눈부신 선암사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해우소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 다니고/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다닌다’(정호승의 ‘선암사’ 중)

봄의 한복판에 선 선암사는 시인의 말보다 황홀하다. 선암사로 가는 길목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살랑 바람이 불 때마다 꽃잎이 가슴 속에 떨어졌다. 선암사의 아름다움은 역시 꽃이다. 사시사철 철 따라 피고 지는 매화·동백·철쭉·산수유·영산홍·수국·물푸레나무 등 수많은 꽃나무들을 바라보면 과연 이곳이 사찰인지 수목원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다. 선암사 입구에 들어서니 여기부터는 탈속(脫俗)의 땅임을 알리듯이 승선교가 우아한 자태를 드러낸다. 계곡의 바위와 조화를 이루는 아치형 다리인 승선교는 역사가 300년이 넘는 건축물이다. 승선교 다리 밑으로 물줄기가 끊임없이 흘러내린다.

선암사가 대웅전을 비롯해 무려 40여곳의 전각이 있을 만큼 웅장한 사찰임에도 아기자기하고 아늑한 느낌을 주는 것은 계곡 속에 터를 잡은 절묘한 모양새 때문일 것이다. 경내에는 대낮인데도 홍매화와 벚꽃이 피어 마치 등을 단 것처럼 빛이 난다. 어떤 이는 황홀한 꽃향기에 취해 홍매화 밑을 떠날 줄 모르고 또 어떤 이는 사진기로 열심히 선암사의 꽃들을 담아낸다. 꽃들 사이로 스님들이 걸어가는 순간 독경소리가 청아하게 경내를 울린다. 선암사의 대웅전은 절 규모에 비해 그리 크지 않지만 단아한 느낌을 물씬 풍긴다. 세월의 흔적처럼 단청은 빛이 바랬지만 그 때문에 더 정겹다.

○송광사 매화는 스님 마음마저 빼앗고

선암사는 조계산 동쪽 줄기에 둥지를 튼 절이다. 조계산의 서쪽에는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절이 있다. 송광사다. 선암사에서 차를 타고 20분 정도면 도착하지만 실상 선암사와 송광사는 한 뿌리로 연결돼 있다. 두 사찰을 잇는 고갯길이 바로 골목이재다. 굽이굽이 계곡과 울을 넘는 이 코스는 트레킹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대략 6.8㎞로 재게 걸으면 3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길섶에는 이름 모를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었고, 하늘로 솟구친 늘씬한 편백나무 숲이 장관을 이룬다. 숲을 지나 계곡에 다다르면 물소리와 바람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땀이 소슬하게 맺힐 무렵 송광사에 도착했다. 국내 3대 사찰 중 하나인 송광사는 보조국사 이래 수없이 많은 고승과 국사를 배출한 승보(僧寶)사찰이다. 뛰어난 인물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절집이 아름답다는 뜻이기도 하다. 과연 그러하다. 절 입구에 놓여진 징검다리 하나에도 서정이 묻어 있고, 매화와 어우러진 고졸한 절의 모습에도 정감이 간다. 흐트러짐 없이 독경하던 스님들조차 매화에 눈을 두고 거둘 줄 모른다. 바야흐로 봄은 왔고 스님의 수행조차 방해하는 매화의 웃음소리가 사찰 안을 온통 어지럽힌다.



○갈대와 갯벌 철새의 환상적인 만남

순천에서 만나는 또하나의 절경은 순천만이다. 소설가 김승옥의 대표작 ‘무진기행’은 순천만이 배경이다. “무진교를 걷다 보면 눈앞에 시원스레 펼쳐지는 갈대와 갯벌, 철새의 환상적인 만남이 이어진다”는 작가의 표현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순천만은 여수반도와 고흥반도 사이에 절묘하게 자리한다. 순천 동천과 이사천이 만나는 지점에서 시작되는 10리 갈대밭엔 탐방로가 조성돼 있어 가족과 연인들의 산책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강 하구를 비롯해 갈대밭과 염습지 갯벌 등이 다양한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고 주변에는 광활한 논과 수로, 낮은 구릉이 어우러져 있다.

순천만 일대에는 천연기념물 제228호 흑두루미를 비롯해 검은머리갈매기, 황새, 저어새, 노란부리백로 등 국제적 희귀조류 11종과 한국 조류 200여종이 월동을 나거나 서식한다. 전 세계 습지 가운데 희귀종 조류가 많은 지역으로, 자연 관찰과 탐조를 위한 자연학습장과 국제적 학술 연구의 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순천만은 세계 5대 연안습지로 선정되면서 수많은 관광객이 사철을 가리지 않고 몰려온다. 넓은 갯벌에는 순천의 명물인 짱뚱어가 잡히고 칠면초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순천만의 전경을 제대로 감상하고 싶으면 용산(龍山)전망대에 오르면 된다. 공원 입구에서 전망대까지 왕복 6㎞는 되지만 갈대가 빚어낸 주변 경관을 감상하며 걸으면 어렵지 않게 정상에 다다른다. 용산은 용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평범한 야산 정도 높이의 산인데도 용산에 올라서면 순천만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순천만의 중심에는 S자 모양의 갯골이 모양을 드러낸다. 일명 S라인으로 불리는 만의 풍경은 특히 해질 무렵이 압권이다. 햇살이 서서히 떨어지면 갯벌이 조금씩 검게 변하고 주변은 금색으로 물든다. 떨구어낸 금분은 사람들의 얼굴을 물들이고 드넓은 순천만에 골고루 뿌려진다.

○여행팁

순천을 자동차로 여행하려면 경부고속도로~천안·논산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 순으로 갈아탄 후 승주나들목이나 서순천나들목으로 나오면 된다. KTX로 서울 용산역에서 순천역까지 이동한 후 시티투어·에코투어 버스(061-749-3107)를 이용해도 된다. 요금은 9500~1만2000원. 1박2일 에코투어는 1만7600원.

순천의 명물 짱뚱어는 갯벌에서만 서식하며 환경에 민감하다. 갯벌이 살아 있어야만 잡히며 일광욕을 하고 살기 때문에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양식할 수도 없고 과식을 해도 배탈이 나지 않는다고 기록돼 있다. 짱뚱어는 보양식으로도 유명하다. 잡기도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손이나 그물로는 절대 잡기 어렵다. 긴 낚싯대를 드리웠다가 순간적으로 잡아채야 한다. 들마루(051-741-5233)의 짱뚱어탕이 유명하다. 순대국밥을 비롯해 각종 국밥을 먹고 싶으면 ‘건봉국밥’(051-908-9833)이 좋다.

순천=최병일 여행·레저 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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