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보 없는' 술이 뜨고 있다. 40도가 안되는 위스키가 인기를 얻는가 하면 혼합주의 원재료가 되는 리큐르 매출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36.5도의 저도주 골든블루는 위스키 업계의 부진 속에 나홀로 성장했다. 독일의 예거마이스터 같은 리큐르도 수입량은 50% 가까이 늘었다. 리큐르는 양조주나 증류주에 과실 향료 등을 첨가해 만든 술로 단 맛이 특징이다.
골든블루는 올 1분기 전년 동기보다 120% 가까이 증가한 2만3224상자 팔렸다. 국내 위스키 시장에서 4위를 차지했다. 1위부터 3위까지 이름을 올린 윈저, 임페리얼, 스카치블루의 판매량은 같은 기간 24%, 5%, 9%씩 감소했다. 위스키 전체 판매량도 전년 동기보다 11% 줄었다.
주류업계에선 위스키라고 하면 40도를 기준으로 삼았던 관행 때문에 36.5도인 골든블루를 정통 위스키로 인정해 주기 않는 시각도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2009년 골든블루가 처음 나왔을 당시 업계에선 '족보 없는 술'이라고 혹평한 적도 있었다" 며 "골든블루의 약진으로 선두권 업체들도 저도주 위스키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큐르도 마찬가지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리큐르 수입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6% 증가했다. 총 수입액도 62% 증가해 국내에 들어오는 주종 중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리큐르 시장에서 가장 인기를 꿀고 있는 예거마이스터의 경우 2011년과 지난해 각각 24만, 65만 병씩 팔렸다. 예거마이스터를 국내에 수입하고 있는 아영FBC는 올해 100만 병 이상 판매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아영FBC가 예거마이스터로만 올린 매출은 150억 원으로 와인 매출보다 많다.
인기 주종이 바뀌고 있는 것은 도수가 약한 술을 즐기는 주류 문화가 자리 잡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기불황 탓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다는 점도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요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2~3년 새 젊은이들이 주로 찾는 클럽뿐만 아니라 정통 위스키 위주였던 단란주점조차도 저도주나 혼합주들을 많이 찾는 분위기" 라며 "탄산수, 과일주스 등과 섞어 마시면서 술 자체를 즐길 수 있다는 점 등이 인기비결"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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