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동결을 발표했다. 기준금리 동결은 특히 통화량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기준금리가 6개월째 현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어 동결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미국, 유럽, 일본 중앙은행들이 통화량 증가를 지속하고 있고 정부도 기준금리 인하를 바라왔기 때문에 한은의 이번 결정은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정부의 기준금리 인하 바람이나 이를 둘러싼 논란의 배경에는 이른바 거시(巨視) 경제정책의 역할에 대한 시각 차이가 존재한다.
거시 경제정책은 성장, 고용, 물가, 국제수지 등을 대상이나 목표로 하는 경제정책을 말한다. 거시 경제정책은 크게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으로 나뉘는데, 통화정책은 중앙은행이 시중의 통화량과 이자율을 변화시키는 정책으로 ‘확장적’ 통화정책은 통화량을 늘리고 이자율을 낮춘다. 재정정책은 정부가 조세나 정부지출을 바꾸는 정책으로 확장적 재정정책은 조세를 줄이거나 정부지출을 늘린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는 각각 다르지만 확장적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은 대체로 경기를 자극한다고 알려져 있다.
확장적 통화정책으로 이자율이 낮아지면 개인이나 기업은 돈 빌리는 부담이 줄어든다. 따라서 소비나 투자가 늘어날 수 있다. 또한 이자율이 낮아지면 자산을 운용해서 수익을 내야 하는 금융회사나 여유자금이 있는 개인의 경우 예금이나 채권처럼 이자율에 따라 수익이 나는 금융상품보다는 주식 같은 고수익 고위험 투자처로 이동하게 된다. 돈이 풀리고 금리가 떨어질 때 주가가 전반적으로 올라가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주식시장이 활황이면 주식을 보유한 개인들의 소비가 자극되고, 기업은 주식 발행을 통해 자본을 조달하기 쉬워져 투자가 부추겨질 수 있다. 게다가 통화량이 늘면 외국 통화에 비해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수출품 가격은 싸지고 수입품 가격은 비싸져 상대적으로 수출이 늘고 무역수지가 개선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반면 확장적 통화정책의 단점은 물가가 올라간다는 것이다. 단점이 있어도 장점이 크면 모르겠는데, 이자율이 낮아질 때 소비와 투자가 정말 늘어나는지, 증가하면 얼마나 증가할지 확실하지 않다. 특히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빚으로 소비가 증가하는 것보다는 투자가 늘어주면 좋겠는데 기업의 투자란 이자율이 낮은 것만으로 부추겨지는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한은은 물가가 오를 위험을 감수하고 통화량을 늘릴 수는 없다는 입장이고, 경기회복에 초조한 정부로서는 한은이 물가안정을 다소 포기하더라도 돈을 풀어주길 바란 것이다.
한은법 제1조에 명시된 통화정책의 목표는 물가안정이다. 불과 십수년 전만 하더라도 한은의 독립성이 화두였던 것을 상기하면, 한은이 정부의 바람에도 물가안정을 도모하는 결정을 내린 걸 보면 격세지감마저 든다. 한은의 소신 있는 결정이 책임론에 시달리지 않도록 이제는 경기가 좋아지면 좋겠다.
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 sejinmin@dongguk.edu</a> >
▶ 3회 한경 테샛 캠프 대구에서 열린다
▶ [쉽게 배우는 TESAT 경제] 실물경기 나쁜데 심리지표는 개선…왜?
▶ '3회 한경 테샛 캠프' 17일 대구상의서 개최
▶ [대학·취업문 여는 한경 TESAT] 제19회 테샛 접수 중…5월26일 시험
▶ [쉽게 배우는 TESAT 경제] 계절따라 경기도 변해…수치에서 오차 조정해줘요
[한국경제 구독신청] [온라인 기사구매] [한국경제 모바일 서비스]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