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탄소배출권 시장 활성화에 부심하던 유럽연합(EU)의회가 결국 경제논리에 무릎을 꿇었다. EU의회는 16일(현지시간) EU집행위원회가 제출한 탄소배출권 시장 활성화 방안을 부결시킨 것이다. 탄소배출권 매매 가격을 올려 거래를 활성화하는 게 핵심인 이 안이 기업들의 탄소배출권 매입 부담을 높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EU의회가 빈사상태의 탄소배출권 시장에 결정타를 날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EU집행위원회는 매매가가 급락하면서 거래가 말라버린 탄소배출권 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탄소배출권 공급을 제한할 계획이었다. 수요가 줄어든 만큼 시장에 나올 예정이던 900만 규모의 탄소배출권 공급도 당분간 연기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해당 안이 EU의회에서 부결되면서 탄소배출권 거래가는 이날 장중 한때 당 2.63유로까지 떨어졌다. 2008년 7월만 해도 29유로대에 거래됐던 가격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는 환경보호보다 경제회생이 우선이라는 인식이 EU의회 의원들 사이에 확산된 결과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많은 EU의회 의원들이 경제 침체기에 탄소배출권 매매가를 올리면 기업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고 전했다. 귄터 오에팅거 EU의회 에너지위원회 위원도 “EU의 탄소배출 감축 정책은 보다 현실적으로 수정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에서는 환경부 장관이 찬성하는 탄소배출권 거래 활성화 방안을 경제부 장관이 반대하는 등 각국 정부 안에서도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유럽 산업계는 탄소배출권 시장을 중심으로 한 엄격한 탄소배출 규제가 기업 경쟁력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페터 보섹 유럽화학산업협회 에너지정책팀장은 “탄소배출권 이용에 따른 부담이 소비자와 기업들에 전가되고 있다는 인식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EU집행위원회는 다른 시장 활성화 방안을 찾겠다는 방침이지만 시장에서는 EU의회의 이번 결정으로 탄소배출권 시장이 회생하기는 힘들어졌다고 보고 있다. 스티그 쉬졸셋 톰슨로이터 탄소배출권 연구원은 “탄소배출권 시장 회생안이 정치적으로 사망했다”며 “탄소배출권 가격은 3유로대에서 오르기 힘들 것이며 오히려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 탄소배출권 시장
2005년 유엔 청정개발체제(CDM)를 근거로 설립된 탄소배출권 매매 시장이다. 기준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국가나 기업은 탄소배출권을 매입하고, 나무 심기와 신재생에너지 개발 투자를 통해 탄소 배출을 줄인 국가나 기업은 그만큼 탄소배출권을 파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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