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억·이원일·김종선 지음 / 타커스 / 296쪽 / 1만6000원
국내 굴지의 통신단말기 제조회사의 특허 업무를 수행하던 두 변리사는 표준특허기술 동향에 주목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휴대전화 관련 핵심 특허를 보유하고 있던 VK모바일이 파산하면서 이 회사의 특허들이 부품을 납품하던 엠텍비전에 이전된 것을 알게 됐다. 해당 특허의 가치를 알고 있던 두 변리사는 엠텍비전으로부터 26건의 특허를 17억원에 매입한 뒤 2007년 11월 국내 첫 특허관리 전문기업(NPE)인 엠에스티지를 설립한다. 엠에스티지는 개인투자자들로부터 120억원가량을 투자받아 미국에서 애플 모토로라 RIM HIC 등을 대상으로 침해소송을 제기했다. 결과는 대성공. 이들 기업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특허권 침해 및 로열티로 약 160억원을 받아냈다.
현직 특허심판원 수석심판관과 특허법인 변리사 등 특허 전문가들이 쓴 《특허 부자들》은 특허로 부를 창출한 사례로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엠에스티지의 성공 스토리를 가장 먼저 소개한다. 이 회사의 성공은 핵심 특허를 알아보는 안목과 세계 시장의 흐름, 특허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 공격 방법에 관한 노하우 등을 갖추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저자들은 하지만 일반인들도 이들과 같은 방법으로 특허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직접 NPE를 설립할 수는 없지만 최근 새로운 투자처로 급부상하고 있는 특허 펀드를 비롯한 지식재산(IP)펀드 등에 투자해 수익을 배당받는 방식의 투자 모델을 이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NPE에 대한 소모적인 논란에서 벗어나 국내에서도 엠에스티지와 같은 NPE를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NPE는 특허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이용해 제품을 생산하거나 판매하지는 않고, 소송과 라이선싱 양도 등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전문회사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특허 괴물’로 부르며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지만 전 세계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특허 비즈니스는 NPE가 주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NPE를 계속 특허괴물로 인식하고 배척한다면 세게적인 비즈니스 흐름을 놓치고 큰 손해를 감수하게 될 것이라고 저자들은 지적한다.
이 책은 특허 거래의 최전선에 있는 NPE를 비롯해 특허 비즈니스에 관한 모든 것을 종합적이고 입체적으로 다룬다. 기업들이 제품 생산에 필요한 기술과 특허를 외부에서 사들여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오픈 이노베이션’ 시대를 맞아 특허의 투자 가치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와 구체적으로 어떻게 흐름을 바꾸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또 원천특허와 표준특허로 수백억원의 로열티를 벌어들이는 혁신기업 등 특허로 부를 이룬 성공 사례와 특허 관련 투자상품 등을 유형별로 분류해 자세하게 설명한다. ‘돈 되는 특허’의 조건과 실질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강력한 특허가 될 수 있는 등록 요건 등도 소개한다.
저자들이 일관되게 전달하려는 핵심은 달라진 비즈니스 환경에서 특허가 더 이상 전문가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별명이나 특허를 잘 알지 못해도 특허 비즈니스에 참여할 수 있고, 누구나 특허로 돈을 벌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는 얘기다. 문제는 특허에 대하 얼마나 잘 아느냐가 아니라 특허를 무조건 어렵게 생각하고 피하려는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것이라고 저자들은 강조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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