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열린 ‘서울시 의회 골목상권 및 전통시장 보호를 위한 특별위원회’.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두부, 채소 등 51개 품목 판매를 제한하는 방침을 사실상 철회하겠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에 개최된 이날 회의에선 언론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A의원은 “언론과 대기업 자본이 의기투합해 서울시를 맹폭했다”며 “일종의 공포를 조장해 정책을 유리한 방향으로 끌어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B의원은 “언론이 (서울시의) 좋은 뜻을 말하기보다 대형 유통업체를 대변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회의에 참석한 서울시 고위 관계자도 “언론에 발표된 이후 시의 방침이 조금 왜곡되고 오해가 있었다”며 “언론 보도 내용에 대해서 인정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고 동조했다.
무슨 얘기일까. 시 고위 관계자는 “51개 품목이 모든 대형 유통업체에 일률적으로 판매가 제한되는 것처럼 언론이 보도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과연 사실일까. 시는 지난달 8일 ‘서울시, 대형마트 판매조정 가능품목 담배 등 51개 선정’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연구용역을 거쳐 골목상권에서 잘 팔리는 담배 등 기호식품을 포함한 51개 품목을 선정했다는 내용이었다. 시는 대형마트가 판매 제한 권고 품목을 계속 판매할 경우 강제 조항을 담은 법률 개정을 중앙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언론 보도 내용은 서울시가 발표한 내용 그대로였다. 서울시 발표 내용이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 사안이라는 점도 정확하게 전달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한 달 만에 말을 바꿨다. 지난 8일 “서울지역 모든 대형 유통기업에 51개 품목 제한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고 발표했다. 언론이 모든 대형 유통업체에 일괄적으로 적용한다고 보도한 적이 없었는데도 스스로 이렇게 밝힌 것이다. “지난달 8일 발표자료 초안에는 ‘51개 품목제한 강력 추진’이 있었지만 대변인실이 파장을 우려해 일부 수정했다”는 시 관계자의 발언에 비춰 서울시 관련부서가 강도를 계속 낮춘 것이다. 소비자와 시장에 혼란을 준 것은 서울시인 셈이다.
대형마트 품목 제한이 꼭 필요하다면 언론 탓만 할 게 아니라 공청회 등에서 시민의견을 모아 떳떳하게 추진하면 된다. 그동안 보여준 행태에 눈감은 채 언론을 탓하는 사람들이 딱하다.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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