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안팎서 협공당하는 현대車

입력 2013-04-22 17:24   수정 2013-04-23 02:00

최진석 상하이/산업부 기자 iskra@hankyung.com


지난 20일 프레스데이를 시작으로 29일까지 열리는 ‘2013 상하이모터쇼’. 이곳의 W4관에는 파랗고 검은 이미지를 짙게 풍기는 현대자동차 전시장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112만대를 판매해 점유율 3위(10.4%, 현대·기아차 합계)를 기록한 차 메이커답게 2507㎡ 규모에 총 21대의 자동차를 전시했다.

하지만 뿌듯한 기분도 잠시뿐, 맞은편 전시장을 보면 중국 업체들의 약진이 느껴진다. 중국 토종업체 ‘그레이트월’사의 전시장은 규모 면에서 현대차와 비슷하다. 연간 생산량이나 브랜드 인지도 면에서 현대차와 비교할 수 없지만, 어느 초일류 자동차 회사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전시관을 꾸몄다.

그레이트월사 관계자는 “현대차가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그랜드 싼타페’를 내놨는데, 우리도 SUV 전문 브랜드인 ‘하발(Haval)’을 통해 신차 ‘H2’를 내놓았다”며 “하발은 토종 SUV 1위 브랜드로 품질이나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현대차에 밀릴 게 없다”고 강조했다.

전시장을 둘러보니 그 말이 허풍이 아니라는 점을 실감할 수 있었다. H2 외에 H5, H6, H7, H8 등 SUV 라인업의 짜임새가 돋보였고, 사막을 횡단하는 세계적인 경주인 다카르랠리에 출전하는 랠리카도 있었다. 중형 세단 ‘C50’와 픽업트럭 ‘윙글6’ 등 다양한 신차도 내놔 구성 면에서도 현대차에 뒤지지 않았다. 톡톡 튀는 SUV 디자인을 감상하려는 듯 전시관 관람객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현대차는 내수 침체와 북미 시장 대규모 리콜 등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유럽 판매량도 감소해 기대를 걸 곳이라고는 중국뿐이다. 하지만 폭스바겐과 GM 등이 서부지역 생산공장 확충에 나서는 등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최근 본격적으로 자국 회사들의 성장을 부추기는 정책을 펴고 있다. 중국 토종업체들은 유럽 출신의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를 대거 영입, 글로벌 경쟁에 팔을 걷어붙였다.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해 온 현대차가 이제는 중국 토종업체의 공세를 막아야 하는 위기에 처했다. 정치권의 재계 몰아붙이기 속에서 기업인들의 사기가 떨어져 어렵게 확보한 해외 시장에서 밀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최진석 상하이/산업부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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