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금융감독원 직원들을 만나면 인사 얘기부터 꺼낸다. “OO국장은 역시 임원감”이라는 인물평도 있지만, 대부분은 “OO담당 부원장보엔 누가 가는가”라는 질문을 자주 한다. “그 자리는 이미 OO국장으로 정해졌다고 하던데”라며 확실한(?) 정보를 전해주는 직원도 없지 않다.
금감원 임원(부원장·부원장보) 인사가 지연되면서 금감원 안팎이 뒤숭숭하다. 현안에 대해 물어보면 “지금 일이 손에 잡히겠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다. “보고하러 오는 사람이 확 줄었다”는 한 임원의 푸념은 정상적인 보고체계에 이미 균열이 생겼음을 짐작하게 한다.
11명의 임원 자리에 대한 금감원 인사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지난주 한 차례 연기된 데 이어 최근엔 “이달 말에나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말까지 나온다. 금감원은 지연 이유에 대해 검증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자리마다 1~2명의 후보군이 추려졌지만 상급 기관인 금융위원회와 청와대의 검증 절차가 남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감원 안팎에서는 검증보다는 임원자리를 둘러싼 ‘암투’가 인사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거론되는 인사들마다 뒤에 후원자가 있다는 소문이 꼬리를 문다”며 “막판 뒤집기를 시도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는데 인사 이후가 오히려 더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확인되지 않은 설(說)이 난무하고 있다. ‘OO국장은 A대학 출신 정치인의 후원을 받고 있다’거나 ‘OO부원장보는 정부 고위 관료의 반대로 승진이 어려울 것’이라는 마타도어(흑색선전)성 소문도 횡행한다. 전임 원장이 챙겼던 특정 권역의 인물들은 이번에 완전히 ‘물’을 먹을 것이라는 얘기는 오래전부터 돌았다. 대신 최수현 금감원장이 수석부원장 시절에 담당했던 권역의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소문도 나고 있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이런 소문일수록 더욱 그럴듯하게 포장돼 마치 사실인 것처럼 유통되고 있다.
금감원 사람들은 사석에서 권력과 정치권에 줄을 대는 우리금융지주의 인사행태에 대해 한탄하곤 한다. 하지만 요즘 벌어지는 행태를 보면 ‘과연 그런 비판을 할 자격이 있나’라는 의문이 든다. 묵묵히 일하는 대부분 금감원 직원들은 요즘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류시훈 금융부 기자 bad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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