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없이 여행을 떠난 다섯 아빠와 다섯 아이의 이야기가 많은 이들에게 순수한 웃음과 재미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 아이들 앞에서 의도적으로 꿀단지를 깬 이후 아이들의 행동을 지켜보는 몰래카메라 에피소드가 방송된 후 아홉 살 민국이는 의리 있는 아이로 비쳐지게 됐다.
이 상황을 보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아동보호사업담당 권태훈 씨는 아이들의 ’의리‘와 ’비밀‘은 때로는 위험한 것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민국이는 꿀단지를 누가 깼냐는 아빠의 질문에 끝까지 아무 대답을 하지 않는다. 단지를 깨버린 아저씨와의 약속을 지키는 ‘의리’ 때문일 수도 있고 아저씨의 잘못된 행동을 고자질하지 않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저씨가 깨트린 것이 단지 꿀단지가 아니었다면 어떤 일이 생기게 될까? 아이의 ‘의리’와 ‘책임감’ 때문에 아저씨의 잘못된 행동 또는 위험한 상황은 밝혀지지 않은 채 묻히게 될 것이다. 어른들은 모르는 아이만의 비밀과 상처가 그대로 남겨진 채.
과장된 비유이겠지만 꿀단지를 깨트린 아저씨와 아이의 약속은 아동폭력 가해자와 피해자의 약속과 매우 닮아있다.
가해자들도 아이들에게 이야기한다. “쉿! 비밀이야!”, “엄마, 아빠한테 이야기 하면 절대 안돼!” 그리고 이 비밀이 오래 지켜질수록 아이들은 점점 더 위험해진다.
아동폭력 예방교육 전문가들은 현장에서 만난 많은 아이들이 자신이 겪은 일에 대해 어른들에게 말하는 것을 매우 어려워한다고 입을 모은다.
반 친구에게 놀림을 받은 일에서부터 학교폭력, 성폭력과 같은 심각한 사건에 이르기까지 많은 아이들이 홀로 가슴앓이를 한다. 우리나라의 성폭력 신고율은 10% 미만, 학교폭력을 당한 후 아무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학생도 절반에 이른다. 일이 커질 것 같아서, 알려지는 것이 창피해서, 그리고 야단 맞을 것 같아서.
부모들은 아이에게 위험한 일이 생기거나 나쁜 경험을 하게 되면 나에게 말해줄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의리 있는 사람, 어른과의 약속을 잘 지키는 아이가 되라고 훈육하는 문화 또는 고자질은 무조건 나쁜 것이라며 금기시 하는 문화 때문이라고 지적하는 견해도 있다.
어른들은 지켜야하는 비밀과 지키지 않아도 되는 비밀에 대해 구체적으로 아이들과 이야기해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고자질해야 하는 것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친구의 깜짝 생일파티를 준비할 때의 비밀과 이웃 아저씨가 내 몸을 만졌을 때의 비밀이 다르다는 것을 알려줘야 하고 친구가 내 돈을 빼앗을 때 어른에게 알리는 것은 고자질이 아니라는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누어야 한다. 대화는 구체적일수록 좋다. “만일(---상황일 때) 너라면 어떻게 하겠니?‘라는 질문으로 아이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보도록 하고 칭찬과 지지로 좋은 아이디어로 이끌어 주는 것도 좋다. 이것이 아이들을 돌보고 지켜야하는 어른의 의무이다. 어른들의 역할이 꿀단지를 둘러싼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을 엿보는 것에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 기사제공 =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
키즈맘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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