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도 설치고 밥 생각도 잘 안 나네요. 서울에서 처음 여는 개인전이라 많이 긴장되나 봐요. 올해가 한국인 브라질 이민 50주년인데 양국 간 문화적 화합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전시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오는 8~15일 서울 공평동 공평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여는 브라질 이민 1.5세대 화가 김규태 씨(61·사진). 그는 서른 살에 형의 초청으로 브라질 이민을 떠나 아마존 등 남미 대륙을 네 바퀴나 돌며 한국화 실험을 계속해 온 작가다. 수묵의 정신에 색이라는 옷을 입힌 그의 작품은 원시 자연에서 느낀 미감을 강렬한 색조와 자유로운 구도, 완숙미 넘치는 필치로 그려낸 것이 특징이다.
강원 정선에서 태어나 젊은 시절 수묵으로 고향 산천을 그리던 화가는 독학으로 그림을 익혔다. 열여섯 살 때 형의 소개로 소헌 박건서 화백을 만나 어깨너머로 잠시 그림을 배운 게 전부라고 했다.
“전기 기술자로 브라질에 들어갔지만 아예 포기하고 그림에만 전념했어요. 돈이 없어 정식으로 그림 공부를 할 수 없어 하루 12시간 이상 ‘붓질’에 매달렸죠.”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은 김씨가 브라질 화단에 어떻게 데뷔했을까. 그는 “1985년 상파울루중앙미술관을 무작정 찾아갔더니 수묵화에 생소한 미술관 전시위원들이 의외로 관심을 보여 초대전이 이뤄졌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지필묵으로 그린 수묵화에 브라질 사람 어느 누구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 수묵화뿐만 아니라 여백의 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것. 하지만 매스컴의 반응은 달랐다. 3개 메이저 텔레비전에서 그의 전시회를 크게 보도했고, 브라질 곳곳에서 초대전 요청이 들어왔다.
최근 도쿄 전시회를 마치고 서울에 온 김씨는 “한국적 미감을 함께 나누는 글로벌화를 통해 ‘미술 한류’를 개척하는 데 더욱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전시회에 오방색으로 채색한 브라질 산세와 부엉이를 소재로 복을 빌고 아름답게 치장하며, 교훈을 주는 ‘행복을 부르는 그림’ 30여점을 내건다. (02)3210-0071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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