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 기술·청년 적응력…상호협력해 생산성 높여야
일본, 정년 65세까지 연장…한국도 정년 계속 늘수도
1988년 농어촌과 도시 자영업자 등으로 건강보험 적용 대상 대폭 확대를 앞두고 건강보험공단은 1987년부터 3년간 7000여명의 직원을 뽑았다. 대부분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였다. 이 중 5000명 정도는 지금도 근무하고 있다. 건보공단 정년은 만 58세. 이번에 정년 60세 연장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않았더라면 이들은 2016년부터 대규모 퇴직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엇갈리는 시각
건보공단 직원의 정년 연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내부 직원들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정년이 늘어났기 때문만은 아니다. 한 직원은 “오랜 세월 경험과 노하우를 쌓은 선배 직원들의 퇴직을 늦춰 업무 공백과 단절도 일정 기간 막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부의 시각은 다르다. 정년 연장으로 2016년부터 청년들에게 돌아갈 수 있었던 5000개의 일자리가 날아갔다는 지적이다. 물론 2년을 더 기다리면 그 일자리가 나오겠지만 사상 유례없는 청년 취업난 속에서 2년은 짧지 않은 시간이다.
현재 정년이 60세 미만인 공공기관은 300여개에 달한다. 또 300인 이상 대기업의 평균 정년은 57세 정도다. 이들 기업의 직원은 모두 정년 연장의 혜택을 받게 된다. 단기적으로 젊은이들의 일자리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 고령층 고용이 늘면 젊은이들의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분석도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05년부터 2010년까지 고용률을 조사한 결과 50대 고용률이 1%포인트 증가할 때 20대 고용률은 0.5%포인트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정년 연장이 무조건 청년층의 일자리를 빼앗아갈 것이라는 분석에는 반론도 많다. 김준영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2001년부터 2009년까지 고용보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50세 이상 고연령층과 청년층 고용은 반비례가 아니라 정비례관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또 청년층 고용 증가는 고연령층 고용이 감소할 때보다 증가할 때 더 탄력적으로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나 대체관계가 아니라 보완관계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년 연장, 이제 시작일 뿐”
전문가들은 소모적인 논란만 야기할 수 있는 세대 간 일자리 전쟁에 주목하기보다는 고령층과 청년층이 안고 있는 문제를 동시에 흡수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미 정년 연장이 현실화된 만큼 고령층의 업무 노하우와 숙련도를 잘 활용하면서 청년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그 실질적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 생산성에 맞춘 임금체계 개편이다. 크게 보면 임금피크제의 일종으로 볼 수 있지만 조직 구성과 임금 구조를 연령보다는 생산성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다르다.
이찬영 전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령층은 교과서에 없는 기술을 가지고 있고, 젊은이들은 새로운 기술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며 “이들이 기업 내에서 상호 협력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특히 “고령화 추세에 따라 정년을 만 65세까지 높인 일본의 사례를 볼 때 이번 정년 60세 연장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일 가능성이 있다”며 “기업별로 서둘러 청년과 고령층이 서로의 멘토가 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정부는 이를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한국전력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는 지적이다. 한전의 정년은 만 58세지만 56세가 되면 임금 삭감을 조건으로 정년 연장을 선택할 수 있다. 해당 연령대에 도달한 직원의 95%가량이 정년을 연장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현장에 투입된다. 정년 연장형 임금피크제를 통해 직원들의 일하는 기간은 늘어나고, 회사는 기존 인건비 범위에서 경험 많은 인력을 활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용준/고은이 기자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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