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척에 2억8000만달러
조선업계 새 먹거리로
3일 오후 4시 울산조선소 제8도크 앞에는 김외현 현대중공업 조선·해양 총괄사장과 선주사인 노르웨이 회그의 닐스 제이콥 하슬 부사장 등 50여명이 모였다. 김 사장 등이 함께 버튼을 누르자 폭죽이 터지면서 ‘부~~웅’ 하는 우렁찬 경적이 울렸다. 동시에 가로와 세로 길이가 460m와 70m에 달하는 대형 도크 안으로 바닷물이 서서히 들어오기 시작했다.
샴페인 건배를 제의한 김 사장은 “회그 등 글로벌 선주사의 아낌없는 지원 덕에 성공적인 진수를 하게 됐다”며 “정해진 납기까지 최고 품질로 건조해 보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이 세계 최초로 건조하는 17만㎥급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재기화설비(LNG-FSRU)의 진수식 장면이다. 4일 오전 8시께 바닷물이 모두 차 올라 축구장 세 배 넓이의 갑판이 있는 거대한 배가 떠오르자 도크 문이 열렸다. 조선소 안벽으로 옮겨진 이 배는 통신장비 설치 등의 마무리 공정을 거쳐 내년 2월 LNG 생산작업을 하게 될 리투아니아 해상으로 이동한다.
LNG-FSRU는 바다 위로 옮겨놓은 LNG 생산 공장이다. LNG선이 액체 상태로 운반해온 가스를 받아 다시 기체로 만든 뒤 파이프라인을 통해 육상에 공급한다. 한자리에서 10년간 유지 보수와 검사 없이 가스를 생산할 수 있다.
이 배는 러시아로부터 육로를 통해 대부분의 가스를 공급받는 리투아니아의 고민을 해결해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러시아에 가스 의존도가 너무 높다 보니 경제적·정치적 독립이 힘들었다. 리투아니아 정부는 이 같은 고민을 회그에 이야기했고, 회그가 현대중공업에 의뢰해 탄생한 것이 바로 LNG-FSRU다. 신현대 현대중공업 조선사업본부 상무는 “배 이름을 ‘인디펜던스(Independence·독립)’라고 지은 데는 이런 사연이 있다”며 “세계 최고의 LNG선 건조 기술을 가진 우리에게 특별 주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2011년 6월 회그로부터 두 척의 LNG-FSRU를 수주했다. 지난해 2월과 10월 각각 1척을 추가 수주했다. 척당 가격은 2억8000만달러에 달한다. 4척 중 가장 먼저 진수식을 연 인디펜던스호는 길이 294m, 폭 46m, 높이 26m로, 한국의 하루 소비량인 7만t의 LNG를 저장 생산할 수 있다.
LNG-FSRU의 수요는 앞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육상에 LNG공장을 지을 경우 테러 등으로 인한 폭발 위험이 있어 주민들이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해상은 상대적으로 훨씬 안전하다. 셰일가스 개발로 LNG 공급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또 건조 비용이 육상 공장의 7분의 1 수준에 불과하면서 마진율은 더 높아 한국 조선사들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중공업은 올초 글로벌 해운그룹 BW로부터 LNG-FSRU 1척을 수주했으며, 대우조선해양도 수주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울산=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 현대중공업, 멤브레인 LNG 창고 개발
▶ 현대차, 年6000억 내부거래 中企에 개방
▶ 현대차 '1분기 영업익 10% 감소' 발표 다음날…파업후 본사 앞 시위 벌인 비정규직 노조
▶ 전국 곳곳서 故정주영 회장 12주기 추모 행사 열려
▶ 현대車 아산공장 지붕은 발전소
[한국경제 구독신청] [온라인 기사구매] [한국경제 모바일 서비스]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