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박스'를 아시나요?…밴드 음악과 탭댄스가 만들어낸 현대판 마당놀이

입력 2013-05-06 11:32  

"리듬은 만국?옹의 언어, 아프리카에서도 북한에서도 사람들 방방 뛰게 만들죠"



금요일인 지난 3일 밤 8시. 홍대놀이터 한 구석에 '사운드박스'라는 이름이 적힌 푯말이 올라갔다. 무대를 비추는 노란 스포트라이트가 켜지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드럼이 리듬의 시작을 알렸다. 경쾌한 퍼커션이 따라 들어왔다. 다음은 몸을 울리는 베이스였다. 기타와 보컬이 가세했다. 어느새 흥겨운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사람들은 벌써 마음을 연듯 했다. 탭댄스가 시작됐다.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사운드박스'는 홍대의 인디밴드다. 멤버는 일렉 기타리스트 조쿤, 어쿠스틱 기타와 보컬을 맡고 있는 JD, 보컬과 셰이크 담당이 사운드걸, 탭과 퍼커션을 하는 신내련과 조커, 비트박스와 드럼 담당인 쿠키, 키보드를 연주하는 빅스타진, 베이스 치는 킹덤. 모두 여덟 명이다.

사운드박스는 2006년 홍대놀이터에서 처음 공연을 하기 시작했다. 그 후 몇 년 동안은 매일 공연을 했다. "매일 공연하려면 다른 생활을 포기해야 해요. 눈 떠 보면 어느새 놀이터인 거예요. 내가 여기 어떻게 왔는지도 모르는데 그냥 노래하고 있고 그랬죠." JD는 그때를 떠올리며 말했다.

"궁극적인 목표는 '사운드박스'라는 장르를 만드는 거에요"라며 눈을 빛내는 JD를 홍대의 카페에서 만났다.

-멤버들은 어떻게 모였나요?

"같이 음악 하던 친구와 거리공연을 하고 싶어서 타악기 하는 사람을 구했어요. 지금 기타 치는 큰형님(조쿤)이 자기 잠베 친다고 연습실로 오라 해서 갔는데 기타리스트였던 거예요. 약간 사기 당했죠. (웃음) 조쿤 형님은 열정이 대단했어요. 멋있어서 '형 같이 해요' 했더니 '나는 거리 공연을 할 거다' 하시더라고요. 그 말 나오자마자 바로 (홍대놀이터로) 나갔죠. 그때부터 놀이터 공연을 시작했어요. 그 후에 거리에서 공연하다 만난 탭댄서, 기타리스트, 베이시스트 이렇게 만나게 됐어요. 대부분이 거리에서 자유롭게 음악을 하고 싶어 만난 사람들이에요."

-밴드 음악과 탭댄스. 보기 힘든 조합입니다.

"아마 강하고 역동적인 밴드와 탭댄스가 함께 하는 건 우리가 처음이지 않을까 싶네요. '탭댄스'라는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중절모 쓰고 정장 입고 지팡이 들고 펭귄처럼 춤추는 걸 떠올려요. 그건 그냥 탭댄스의 여러 모습 중 하나일 뿐이에요. 탭댄스는 그 자체로 악기가 될 수도 있고, 그 안에 역동적인 춤도 담겨 있어요. 리듬으로 감동도 주죠. 그게 우리 팀의 무기이기도 해요."

-공연을 정말 많이 하시네요. 매주 두 번 홍대놀이터 공연에, 외부행사도 많은 것 같습니다. 매번 공연 레퍼토리리는 어떻게 정하시나요?

"곡을 딱히 고르지는 않아요. 그냥 해요. 앞에서 진행하는 사람한테 맡기죠. 각자 하고 싶은 곡이 있으면 그냥 마이크에 대고 '나 이거 하고 싶다'고 말해요. 그럼 '그래 하자!' 이런 식이에요. 대학교 축제를 가서도 그렇고, 대기업 연수원 공연을 가서도 그래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들(관객)의 마음을 여는 거예요. 관객의 분위기에 따라 그때그때 맞는 곡을 해야 하는 거죠. 뭐 하나 하기로 했다고 호응 없는데도 밀고 나가면, 그 때부터 공연 분위기가 말리는(안 좋아지는) 거예요."

-공연하는 모습을 보면 옛날 시장바닥의 마당놀이 같습니다.

"맞아요. 우리는 마당놀이처럼 일단 사람들을 모아요. 그 다음에 '내가 당신들을 불러 모은 건 이런 이야기, 노래를 하고 싶어서다' 보여줘요. 그래서 처음엔 사람들에게 익숙한 노래들을 해요. 대뜸 처음 듣는 자작곡 하면서 사람들이 발길 멈추고 듣길 바라는 건 너무 큰 바람이죠.

"리듬만 있으면 어떻게든 놀 수 있어요. 리듬만 있으면 아프리카에서도, 북한에서도 사람들은 방방 뛸 수 있어요. 리듬은 만국 공통의 언어니까요. '쿵'이 나오면 '빡'이 나오는 게 당연한 거예요. 우린 그걸 가지고 노는 것뿐이에요. 우리들한텐 오히려 정해진 거 하라는 게 더 어려워요."

-인터넷에 '사운드박스'를 검색하면 여의도 벚꽃축제에서 한 공연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몇 년 동안 해 오신 걸로 아는데, 어떻게 시작한건가요?

"아마 가장 최근에 외부에서 한 공연이라 그럴 거예요. 여의도 (벚꽃축제) 공연은 그냥 우리가 하고 싶어서 시작했어요. 주최측에서 지원을 받는 건 아니지만, (주최측이) 우리를 잘 알아요. 계속 해달라고도 말씀하시더라고요.

"공연할 땐 전기가 필요해요. 그건 가서 부딪혀서 해결해요. 경찰 초소 같은 데다가 얘기해요. 작년엔 경찰 초소에 있는 분들이 높은 사람들한테 얘기해서 (전기 쓸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도 했어요."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할 생각은 없나요?

"이 질문들 많이 하세요.(웃음) 나갈 수도 있죠. 자신도 있어요. 오디션 프로그램 작가나 PD들한테 연락을 받기도 했어요. (나가지 않는) 이유는 딱 하나에요. 우리랑은 안 어울려요. 금새 뜨거워졌다 식는 인기에 흔들리고 싶지도 않아요. 그래도 앞으로도 아예 안 나갈 거라고는 말 못하죠. 그냥 지금은 그렇다는 얘기에요.(웃음)

"사실 저한테는 어떤 오디션 프로그램보다 치열했던 게 저기(홍대놀이터)예요. 매일 나가야 했거든요. 그래야 존재감이 생기니까. 노래하는 사람 정말 많은데, 여기선 그냥 계속 하는 사람이 이기더라고요. '난 매일 나온다. 오늘도 나왔고 내일도 나와야지' 라는 생각으로 했어요."

-앨범도 나오나요?

"녹음 중이에요. 사실 녹으믄 몇 년째 계속 해 왔어요. 멤버가 자주 바뀌어서 오래 걸렸어요. 멤버 한 명이 나갔다고 해서 녹음하던 걸 꼭 중단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정말 '우리' 걸 하고 싶었어요. 정말 마음에 맞는 사람 만나면 실력이랑 상관없이 그 사람과 함께한 걸 '우리 거다' 얘기하고 싶은 욕심에 몇 년이 지났어요.

"사운드박스의 색갈을 어떻게 '앨범'에 넣어야 하는지 고민이 많아요. 탭댄스나 관객과 호흡하는 즉흥적인 느낌은 앨범에 담기 힘들죠. 어떻게 하면 대중들도 좋아하고 우리도 만족하는 앨범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아요. 노래는 철저하게 대중적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도록. 가사의 메시지도 '내가 너한테 하는 이야기'에요. 사랑 이야기도 있고 푸념도 있고."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나요?

"앞으로 활동 영역을 더 넓혀갈 예정이에요. 처음 거리 공연에서 시작했어도 '거리 공연의 달인'이 되고자 하는 건 아니니까요. 사람들을 만나는 방법으로 '거리 공연'을 택한 것뿐이에요. (언더가 아니라) '오버'라는 데를 바라보고 있기도 하죠.

"궁극적인 목표는 '사운드박스'라는 장르를 만드는 거예요. 많은 사람들이 우리 음악을 듣고 좋아했으면 좋겠어요. 그때까지 열심히 할 거예요. 앨범도 올해 안에 낼 예정입니다. (앨범) 나오면 많이들 사랑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한경닷컴 권효준 인턴기자 winterrose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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