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월적 지위로 이자 아끼려다 '망신' 경험 누적
금리변동성 확대로 투자수요도 부진해져
이 기사는 05월09일(06:15)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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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시장의 ‘갑(甲)’으로 불리는 우량 대기업들이 회사채를 비싼 값(낮은 금리)으로 발행해 증권사에 판매 부담을 떠넘기던 관행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자금조달 비용을 몇 푼 더 아끼려다가 회사 이미지만 해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사상 최저 수준의 금리에 실망한 기관투자가들이 우량 회사채 투자에도 신중하게 접근하면서 수요예측 참패 사례가 잇따른 데 따른 결과다.
◆“회사채, 시가보다 싸게 팝니다”
![](http://www.hankyung.com/photo/201305/201305109286u_01.7442418.1.jpg)
우량 대기업이 회사채를 개별민평보다 높은 금리, 즉 시장 유통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발행하는 사례는 드물다. 회사채는 거래가 활발한 새 물건일수록 인기가 높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우량 회사채 시장이 줄곧 공급부족을 겪은 결과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난달에만 E1과 삼성테크윈, SK에너지, SK네트웍스, 포스코에너지, 삼성토탈 6곳이 유통금리보다 높은 금리라도 수요에 맞춰 회사채를 발행하겠다고 공시했다. A+ 신용등급 이상 우량 일반회사채 전체 신고건수(11건)의 절반을 웃도는 규모다. 이들은 희망공모금리 상단을 개별민평보다 0.01~0.04%포인트 높게 제시했다. 또 대부분 개별민평보다 높은 금리에 발행을 최종 확정했다.
우량 대기업들이 전보다 낮은 자세로 수요예측에 나선 것은 기관투자가들의 참여 부진 때문이다. 끝까지 팔리지 않은 물량은 모두 참여 증권사들이 인수해야 하는데, 매번 회사채를 발행할 때마다 증권사에 무거운 부담을 지울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형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과도한 금리 욕심을 내는 기업 수요예측엔 참여 자체를 거부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투자자가 제한적인 시장에서 잘못 낙인찍혔다가는 늘상 수요예측에 실패하고, 미매각 부담을 증권사에 전가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가보다 비싼 회사채엔 ‘파리’만…
적지않은 우량 대기업들은 여전히 수수료를 지급하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증권사들에 저금리로 회사채를 인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수요예측 제도 도입 이후 기관투자가들의 참여내역 공개가 의무화되면서 대외 이미지에 신경쓰는 기업도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처럼 시장금리 변동성이 클 때 자칫하면 투자자를 한 곳도 모으지 못해 망신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는 이마트와 GS칼텍스가 이같은 수모를 겪었다. 개별민평보다 낮은 희망공모금리로 회사채 수요예측을 실시했다가 희망공모금리 이내 기관 참여 ‘0건’을 기록했다. SK텔레콤도 7년 만기 회사채를 개별민평보다 낮은 금리로 발행하려 했지만, 투자자가 없어 발행계획 자체를 접어야 했다.
금리 움직임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상황에선 증권사들도 의욕적으로 회사채를 인수하기 어려워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자와 이견이 커 팔리지 않은 회사채를 인수할 경우 큰 손실을 볼 수 있어 고객기업에 웬만하면 발행계획을 바꿀 것을 유도하고 있다”며 “수요예측을 준비하는 기업들에도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좀 더 시장 친화적인 희망공모금리를 제시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아영/이태호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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