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100원대로 … 외환규제 카드도 만지작
엔ㆍ달러 환율이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00엔을 돌파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5원10전 급등한 1106원40전에 마감했다. 원화와 엔화가 동반약세의 흐름을 보인 것이다.
외환당국은 당분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엔·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인 달러당 100엔을 돌파한 만큼 원화만 제자리에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판단이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엔저 속도에 맞춰 원·달러 환율도 같이 움직일 수 있도록 시장 대응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외환당국 관계자도 “한국 정부가 엔·달러 시장에 직접 개입할 수단이 없다”며 “대신 엔화 가치가 떨어지는 만큼 원·달러도 같은 방향성을 갖도록 시장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당국자들의 이 같은 발언은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대다수 수출기업의 손익분기점이 되는 1100원대 밑으로 빠지는 것은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9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면서 원고 흐름을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1100원 선의 하방 리스크가 커지면 구두 개입뿐만 아니라 외환보유액을 통한 ‘실탄’ 투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특히 엔화 대비 원화의 흐름이 국내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될 경우 올해 2%대 후반의 성장률 목표치를 관리하는 데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또 엔저로 인한 ‘엔캐리 트레이드’가 재현될 가능성도 경계하고 있다. 엔화의 추가 약세가 진행되면 상대적으로 원화가치가 오르면서 환차익과 금리차익을 노린 투기성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기재부 관계자는 “아직 엔캐리 트레이드가 나타나고 있다는 조짐은 없지만 일단 시작된다면 대응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환율 급변동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갖고 있는 거시건전성 규제인 외환거래 3종 세트(선물환 포지션·외국인 채권투자 과세·외환건전성 부담금)를 강화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그러나 외환거래 3종 세트는 해외자본의 유입을 막기보다는 급격한 외화유출을 방지하는 데 목적이 있는 만큼 지금 단계에서 쓸 수 있는 카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다만 최근 북핵 리스크가 수면 아래로 잠복하면서 국채를 매입하려는 해외자본이 다시 유입되면서 환율에 미치는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양적완화로 촉발된 선진국과 신흥국 간 환율전쟁이 앞으로 본격화될 것”이라며 “기업들도 엔저를 일시적인 변수가 아닌 상수(常數)로 보고 체질개선과 경쟁력 강화 등 근본적 해법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심기/김유미 기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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