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 전시장에 설치된 캐나다 작가 아다드 하나의 ‘//////1초의 절반//////’은 고(故) 김기영 감독의 영화 ‘하녀’(1960)에 등장하는 피아노방 장면을 12개의 모니터 영상으로 재연한 작품이다. ‘1초의 절반’이란 1초에 24프레임을 쓰는 영화와 달리 그 절반인 12프레임만 쓴다는 뜻. 영화를 미술 작품의 모티브로 삼은 대표적 사례다.
영화, 건축, 정보기술(IT) 등 다른 장르와 미술을 융합시킨 ‘퓨전 아트’ 전시회가 잇따르고 있다. 융합대상은 건축, 생활과학, 심리학, 대중문화, 연극, 영화 등으로 폭을 넓히고 있다.
건축 공간에 사진, 회화, 조각을 결합하는 프랑스 설치예술가 조르주 루스는 오는 25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초대전을 연다. 루스는 오래된 공장, 창고 등 낡고 버려진 장소를 작업실 삼아 가벽을 더하거나 일부를 부순 뒤 도형과 글자를 그려넣는 방식으로 공간을 변형시키고 이를 사진으로 기록했다. 이번 서울 전시에는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작업한 대형사진 15점과 예술의전당 프로젝트를 위한 드로잉을 선보이고 있다.
퍼포먼스, 연극, 무용 등 몸짓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전시회도 등장했다. 코리아나미술관이 올해 첫 기획전으로 마련한 ‘퍼포밍 필름(Performing Film)’전(6월5일까지)이다. 공연예술가들의 몸을 찍은 비디오 퍼포먼스를 비롯해 전위 안무가와 영상 아티스트의 공동작업, 영화 감독과 영상작가 11명이 팀을 이뤄 제작한 작품 등이 눈길을 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미술 장르에 영화와 건축을 불러들인 전시회 ‘종합극장’(26일까지)을 기획했다. 국형걸 이화여대 교수, 맥스 쿠오 숭실대 교수, 소사이어티 오브 아키텍처(강예린·이치훈), 오상훈 씨티알폼 건축스튜디오 소장 등 건축가 4팀이 전시장에 직접 만든 영화관에서 실험영화 64편을 상영한다.
물리학을 미술에 도입한 미국의 제임스 터렐은 ‘빛의 예술가’로 알려진 작가. 오는 15일 개관하는 강원도 문막의 한솔뮤지엄에서 12월31일까지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 밖에도 미술에 첨단 정보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아티스트 이이남 씨는 신세계갤러리에서 개인전(27일까지)을 열고 있고, 음악과 공연예술에 비디오 아트를 결합한 미국 비디오아티스트 빌 비올라는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영상 실험예술(9월1일까지)을 선보이고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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