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실종사건…종로 귀금속 상인들 "웃돈 줘도 못구한다"

입력 2013-05-15 17:24   수정 2013-05-16 08:33

지하경제 양성화·금리하락…큰손들 중심 사재기 광풍
글로벌金 품귀 현상…수입량 7년새 90% 급감




국내 금(金) 시장이 이상과열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 웃돈을 줘도 구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자산가들이 저금리 시대에 새로운 투자처로 금에 대한 수요를 늘리고 있는 데다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을 의식해 소득이나 재산을 숨겨 두려는 수요도 일부 가세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금값이 떨어진 틈을 타 일반 투자자들까지 저가매수에 가담하고 있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이런 골드바 광풍은 처음”

15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종로귀금속 상가를 비롯해 전국 금은방에선 골드바가 일제히 자취를 감추고 있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3.75g(한 돈쭝), 10g짜리 미니골드바 등 총량 기준으로 1㎏ 이상 재고를 가지고 있는 가게가 드물 정도다.

금 생산 및 도소매 업체인 한국금거래소쓰리엠의 김안모 사장은 “2002년부터 금 도소매 시장에서 일했지만 지금과 같은 열풍은 처음이다”며 “3~5월 골드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배나 늘었다”고 말했다. 쓰리엠의 골드바 매출은 지난해 12월 5억6000만원에서 지난 4월 40억원으로 폭발적으로 늘었다.

주요 구매층은 현금 자산이 많은 슈퍼리치들이다. 쓰리엠의 골드바 매출 80%는 전체 고객의 20%가 올려주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자산가들은 한 번 살 때마다 1㎏ 이상씩 수천만원, 수억원 단위로 구매한다”고 전했다.

시중 금값은 계속 뛰어오르고 있다. 현재 국민은행에서 팔고 있는 10g짜리 골드바 가격은 이날 기준 59만570원이다. 반면 수요와 공급이 즉각 반영되는 현물시장인 종로에선 62만~63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은행보다 4~5% 값을 더 받는데도 ‘없어서 못 파는’ 수준이다.

종로의 한 귀금속 도매업체 대표는 “지금은 10g 기준으로 10만원을 더 얹어준다는 고객이 나와도 물건이 없다”며 “손님은 넘쳐나는데 정작 팔 제품이 없어 속이 탄다”고 말했다.

○재테크냐 탈세냐

최근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과 금융소득 과세기조도 금값 상승에 한몫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은행에서 골드바를 구입할 땐 구매자가 드러나지만 시중 금은방에서 골드바를 살 땐 무자료 거래가 70~80%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으로 거래되니 양도소득세, 상속세 등을 탈세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또 은행에서 실명으로 골드바를 거래하는 경우에도 가격 상승분에 대해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 금 상장지수펀드(ETF), 금 연계 파생결합증권(DLS) 등과 같은 관련 금융상품은 이익을 얻으면 배당소득세 15.4%를 내야 하는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최근 금값이 연일 하락하면서 조만간 가격이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도 금 수요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뉴욕 상업거래소 국제 금값은 작년 10월 온스당 179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최근 1414달러 안팎으로 떨어졌다.

국내 금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세계적인 금 품귀 현상으로 수입량은 줄고 있다. 국내 금 수입물량은 2005년 269t에서 지난해 28t으로 급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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