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5년간 SOC 예산 30% 감축…문화사업 500여개 국비 보조 중단

입력 2013-05-16 17:23   수정 2013-05-17 00:45

세출절감액 중 64조
재량지출 줄여서 조달

지하경제 양성화로 세입확대




정부가 앞으로 예산 편성 과정에서 사회간접자본(SOC) 등 각종 정부 지출을 대폭 삭감하기로 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 이행에 필요한 135조원(임기 5년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경기 침체로 세금이 제대로 걷히지 않는 상황에서 복지 확충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씀씀이를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16일 박 대통령 주재로 국무위원들이 전원 참석한 재정전략회의에서도 세출 절감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SOC 지출 매년 13~14% 삭감
박 대통령은 대선 때 5년간 복지 확충에 필요한 135조원 중 82조원은 세출 절감을 통해, 53조원은 세입 확대로 마련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특히 세출 절감 중 78%인 63조9000억원은 재량지출을 줄여서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재량지출은 정부가 법령에 따라 반드시 지출해야 하는 의무지출과 달리 정부가 임의로 조절할 수 있는 지출을 말한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은 재량지출 기준으로 SOC 부문은 연간 13~14%, 다른 부문은 연간 7%의 예산을 삭감하는 방안을 정부에 제시한 상태다.

올해 SOC 예산은 약 24조원이다. 만약 정부가 여당 방침대로 매년 14%씩 예산을 삭감하면 박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에는 SOC 예산이 70%(16조8000억원) 삭감된다.

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삭감폭은 확정하지 않았지만 SOC 예산은 대폭 깎는다는 원칙을 세워놨다. 의무지출은 법을 바꾸지 않는 한 줄이기 어려운 만큼 재량지출을 손댈 수밖에 없고 이 중 SOC 예산 삭감이 최우선이라는 것이다. 필요하면 현재 진행 중인 사업도 얼마든지 중단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 방문규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지난달 30일 예산편성 지침을 발표하면서 “도로 투자율은 이미 세계 4~5위 수준이고 철도도 수익성이나 효율성이 확보되지 않은 노선이 많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기업 R&D 비과세·감면 축소

정부는 SOC 외에 다른 분야 지출도 상당 부분 삭감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지출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복지 분야를 제외한 나머지 복지 분야는 대대적인 예산 감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부처 간 유사·중복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예컨대 현재 생태하천사업의 경우 환경부는 생태계 정비 사업, 국토교통부는 자전거길과 체육시설 조성, 환경부는 숲 조성을 맡아 예산을 각각 따낸다. 이를 부처 간 협업을 통해 추진하는 방식으로 바꿔 중복으로 낭비되는 예산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예산을 절감한 부처에는 인센티브를 줄 계획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지하경제 양성화와 비과세·감면 축소 등을 통한 세입 확대도 병행하기로 했다. 대기업 연구개발(R&D)에 대한 비과세·감면(조세지출) 축소가 대표적이다. 대기업은 이미 막대한 사내 유보금을 쌓아두고 있는 만큼 정부가 별도로 세제 혜택을 줄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이를 포함한 비과세·감면 축소를 통해 앞으로 5년간 15조원을 추가로 마련할 방침이다. 다만 중소기업 R&D 지원은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정부는 이날 재정전략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이달 말께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 조달 방안을 담은 공약 가계부를 확정할 예정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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