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음료도 제철 사라져
지난 12일 경기 용인에 있는 신세계백화점 경기점 2층 이벤트홀. 오전 10시30분 개점과 동시에 사람들이 밀려들었다. 이곳에선 겨울 부츠를 정상 가격보다 50~70% 낮은 6만9000원에 균일판매하는 행사가 열렸다. 사흘간 4500만원의 매출을 올려 목표보다 50% 높은 성과를 냈다.
유통업계에서 계절과 반대되는 상품을 파는 ‘역시즌 마케팅’이 확산되고 있다. 여름엔 모피, 겨울엔 수영복 등을 내놓고 대규모 할인 판매를 하고 있는 것.
◆모피 에어컨 사계절 구매
계절상품의 월별 판매 비중도 달라지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연간 수영복 매출 중 겨울철(11~1월)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14.2%에서 2009년 15.9%, 2012년 17.2%로 높아졌다. 모피 매출은 여름철(6~8월)의 비중이 2007년 12.7%에서 지난해 16.1%로 상승했다. 모피 6벌 중 1벌은 여름에 팔렸다는 뜻이다. 현대백화점의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에어컨 판매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8.2% 증가했다. 지난해 6~8월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37.2%)보다 큰 폭의 신장률이다.
유통업체들은 역시즌 마케팅에 적극적이다. 신세계는 부츠 특가전에 이어 다음달 모피 할인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3월 초 모피 상품을 5% 할인 판매했다. 장문석 신세계 구두담당 바이어는 “협력사의 재고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고객들에게는 상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식음료도 ‘제철’ 희미
식음료업계에도 제철 개념이 사라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1~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여름 별미식’으로 인식돼온 비빔면이다. 팔도비빔면은 지난 1~4월 100억원이 넘는 비빔면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 이상 증가한 규모다.
윤인균 팔도 마케팅 담당자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비빔면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법이 확산되면서 비빔면의 제철 개념이 없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빔면을 김에 말아 튀긴 ‘비빔말이’, 비빔면 1개와 골뱅이 1캔을 넣은 ‘골뱅이비빔면’, 비빔면에 참치와 채소를 곁들인 ‘참치비빔면’ 등의 요리법이 등장하면서 겨울철에도 비빔면 수요가 꾸준했다는 설명이다.
역시 여름 상품인 음료는 더위가 빨리 시작되면서 성수기가 7월에서 5월 중순부터로 앞당겨졌다. 세븐일레븐이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한 지난 11~15일 매출을 분석한 결과 얼음컵음료 판매가 전년 동기보다 31.2% 늘었고, 스포츠음료와 생수 판매는 각각 32.7%와 24.7% 증가했다.
유승호/송종현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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