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 상장폐지 기업 잇따라 … 쫓겨나기기 전에 떠난다?

입력 2013-05-17 09:05  


상장기업들 가운데 스스로 짐을 싸 나갈 채비를 하는 회사들이 잇따르고 있다. 상장 유지 실익이 없다고 보거나 자동 상장폐지되는 수모를 피하자는 판단에서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자진 상폐됐거나 신청 중에 있는 회사는 태평양제약, 한국외환은행, 삼양옵틱스, 중국식품포장 등 4곳이다. 지난해 자진 상폐한 회사는 코원에너지서비스 1곳에 그쳤다.

자진 상폐를 신청한 회사들은 상장 유지 실익이 없다는 점을 이유로 꼽는다.

전날 자진상폐 계획을 발표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삼양옵틱스 역시 주력 사업부 매각 이후 상장을 유지할 이유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유상증자,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등 자금조달 계획이 없다는 것. 이 회사는 광학렌즈 사업부를 보고제이호사모투자전문회사에 약 680억에 매각했다. 나머지 존속법인의 주식은 유상 소각할 예정이다.

지난 15일엔 코스닥 상장사인 중국 기업 중국식품포장이 자진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실적은 양호하지만 '차이나 디스카운트(중국 기업의 만성적인 주가할인 현상)'로 상장 유지 매력을 더이상 느끼지 못했기 때문.

업설명회(IR) 대행사 밸류씨앤아이의 박인석 이사는 "2011년 상장 직후 회계투명성 문제가 불거진 '중국고섬 사태' 이후 중국기업들이 정상적인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설비투자, 실적 개선, 주가 상승이라는 선순환을 이뤄내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여기에 브랜드 인지도 확보 같은 부가적인 목적 달성이 어려운 데다 상장 유지에 들어가는 회계작성, IR 비용의 부담도 상장폐지 결심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그룹이 계열사 지분 100%를 인수하고 직접적인 관리체제에 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상장폐지가 된 경우도 있다. 지난 3월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의약 및 화장품 사업의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태평양제약을 100% 자회사로 인수했다. 태평양제약은 상장 폐지됐다.

하지만 일각에선 거래소가 상장폐지 칼을 내밀기 전에 먼저 발을 빼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삼양옵틱스가 대표적. 지난해 외부 감사인으로부터 '한정' 감사의견을 받고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삼양옵틱스는 올해도 '한정' 의견 수령 위험에 처해 상장폐지 우려가 커졌다.

지난해 이 회사는 신규 사업 부문의 부실로 당기순손실 155억4200만 원을 기록, 전년에 이어 적자를 이어갔다.

업계 관계자는 "삼양옵틱스가 전기차, 바이오 사업 등에서 대규모 투자 손실을 본 이후 주주보호 차원에서 먼저 상장폐지 결정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삼양옵틱스 관계자는 "기존 주주의 권익 보호를 위해 매각 대금 가운데 법인세를 제외한 전액을 주주들에게 배분 할 것" 이라며 "배당액은 1주당 700원으로 전일 종가 537원 대비 30% 할증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이하나 기자 lh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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