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만 하면 영업…부실업체 난립 과당경쟁
국내 2위 택배업체인 현대로지스틱스는 올초 택배운송비를 건당 최소 500원 인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생활고에 시달리는 택배기사와 협력업체의 운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500원 인상안은 아직도 계획에 머물고 있다. 치열한 단가 경쟁 속에서 거꾸로 값을 올리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작년 말 인터넷에서 주문한 책 배달을 전문으로 하던 이노지스는 가격경쟁을 버티지 못하고 파산했다.
○과당경쟁이 부른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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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택배 수요 증가에도 불구, 법과 제도가 정비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택배업체의 증차 금지로 부실업체와 불법 영업차량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과당경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1997년 건당 4000원(기업·개인물량 평균)이던 택배 가격은 지난해 2460원으로 15년째 추락했다. 미국(건당 1만원), 일본(7000원)은 물론 건당 3300원인 중국에도 못 미친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산업으로 분류되지 못해 산업용 전기가 아니라 비싼 가정용 전기를 써야 하는 게 택배회사들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시장 규모와 수입 반비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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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택배물량의 95%를 차지하는 기업물건 운송료는 작년 1㎏ 이하 상자당 2200원 수준. 이 중 집화(해당 회사에 가서 발송 물건을 받아오는 것)기사는 수수료로 330원, 배송기사는 수수료로 880원을 받는다. 기름값과 보험료, 통신비, 차량 할부금 등을 빼고 나면 배송기사가 쥐는 돈은 670원가량이다. 물론 대리점을 통해 계약한 기사들은 중간 수수료를 또 내야 한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택배기사는 하루 평균 13시간 동안 110개의 상품을 배달한다. 한 달에 25일을 일해도 수입이 180만원에 불과한 셈이다. 회사의 수익도 형편없기는 마찬가지다. 기사 수수료 외에 각종 비용 920원(상하차 비용, 터미널 운영비) 등을 빼면 영업이익은 70원(3.2%) 정도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택배이용 가격이 낮아지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선 긍정적이다. 그러나 과당경쟁으로 서비스 질이 떨어지고 택배 이용에 대한 불만이 커지는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소비자단체 등과 함께 운영하는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따르면 택배서비스 불만접수는 2010년 9905건에서 지난해 1만660건으로 증가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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